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3

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었던 괴산 산막이옛길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3

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었던 산막이옛길

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었던 산막이는 임진왜란 당시 피난민들이 살던 마을이었고, 조선 중기의 학자 노수신이 귀양살이를 했던 곳이다. 속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달천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조선후기 연하구곡으로 불리며 명승지로 이름 높았던 계곡으로 오솔길이었다. 괴산댐 건설로 이 일대가 수몰되면서 계곡 주변의 산 중턱으로 새로운 오솔길을 내었는데 그 길을 산막이옛길이라 부른다. 연하구곡은 1957년 괴산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댐이 축조되어 대부분 물속에 잠겨 버렸다. 수몰 위기에 처했던 수월정은 후손들이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산막이옛길은 달천을 막아 만든 괴산댐을 따라 새롭게 재탄생했으며, 그 주변의 여러 계곡을 연결하는 충청도 양반 길과 서로 연결된다.




산막이옛길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칠성면 사은리의 산골 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약 4㎞ 거리의 옛길이다. 이 길은 최근 많이 알려졌지만, 그 연원을 찾아보면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길은 옛길에 새로움을 추가하여 과거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 ‘산막이’는 산이 막아선 마을이란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던 피난민들이 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어 머무른 데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산막이옛길은 속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달천을 막아 건설한 괴산수력발전소의 근처에 있다. 달천은 수력발전소 건설 이전 연하구곡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명승지로 이름을 날렸는데, 괴산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저수지가 생겨났고 이로 인해 달천 일대는 옛 모습을 잃게 되었다. 계곡 주변이 수몰되면서 산 중턱에 새롭게 조성된 길이 산막이옛길로 불린다. 괴산수력발전소는 1957년에 완공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기술로 건설한 소수력발전소의 시초이다.

이 길에는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노수신(盧守愼, 1515-1590)이 귀양살이를 했던 옛집이 남아 있다. 노수신은 1543년 문과에 장원급제하였으며, 퇴계 이황과 함께 학문을 연구하던 학자였다. 노수신은 전라도 순천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양재역 벽서 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 진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으며 1565년 괴산으로 옮겨와 유배 생활을 했다. 그의 마지막 유배지가 산막이 마을이다.

노수신의 후손인 노성도(盧性度, 1819-1893)가 본래 살던 경상도 상주를 떠나 선조의 유배지를 관리하기 위해 이 마을로 들어왔다. 그는 산막이 마을을 둘러싼 달천의 경치에 감탄하면서 계곡을 따라 연하구곡(煙霞九曲)을 설정했다. 그는 각 굽이(曲)의 풍광을 담아 읊은 연하구곡가를 남겼다. 노성도는 연하구곡 일대의 경치와 어우러지는 수월정(水月亭)이라는 정자를 만들었다. 수월정은 괴산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수몰될 위기에 처해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이 시설은 괴산 수월정이라는 이름으로 충청북도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되었다. 산막이 마을은 죄인이 귀양살이해야 할 만큼 오래전부터 오지였다.

한편 연하구곡은 대부분 물에 잠기고 제1곡인 탑바위와 제9곡인 병풍바위만 남아 있다. 제1곡이 댐의 상류 쪽에 있으며, 제9곡은 댐 하류의 왼쪽 절벽에 있다. 나머지 절경은 댐 건설과 함께 수몰되었다. 물속에 잠긴 절경은 제2곡 뇌정암(雷霆巖, 벼락바위), 제3곡 형제바위, 제4곡 전탄(箭灘), 제5곡 사기암(詞起巖), 제6곡 무담(武潭, 무당소), 제7곡 구암(龜巖, 거북바위), 제8곡 사담(沙潭) 등이다. 이처럼 순서가 부여된 것은 당시 노씨 문중의 세거지였던 경상도 상주를 가려면 상류 쪽을 거쳐 가야 했기 때문에 세거지 방향을 제1곡으로 설정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 중 탑암, 구암, 병암은 그 이름이 남아있다. 노성도는 <연하구곡가> 서시에서 배를 타고 절경을 찾아간다.


연하동 안에는 선계의 영령들이 살고 있어 煙霞洞裏有仙靈
수풀 아래 흐르는 시내 굽이굽이 맑구나. 林下川流曲曲淸
고요하고 한가한 절경을 찾아가고자 하니 欲向靜中閒絶處
노랫소리 노젓는 소리 꾀꼬리 소리 들리누나. 淸歌欸乃又鸝聲

발전소 건설을 위해 댐을 막으면서 원래 작은 동산이었던 산은 그 꼭대기만 물 위로 드러낸 섬 모양으로 남게 되었다. 댐 주변으로 고인돌쉼터, 연리지, 소나무 동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연화담, 망세루, 호랑이굴, 매바위, 여우비 바위굴, 아름다운미녀 참나무, 앉은뱅이 약수, 얼음바람골, 병풍루, 괴산바위, 꾀꼬리전망대, 마흔고개, 다래숲동굴, 진달래동산, 가재연못,신 령참나무, 시련과 고난의 소나무 등의 명소가 있다. 산막이옛길은 달천 건너편에 있는 갈은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과 함께 충청도 양반길로 개발되었다. 2016년에는 연하협곡의 구름다리를 개통하여 산막이옛길과 충청도 양반길이 서로 연결되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노선버스도 운행한다.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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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