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 물이 부족한 척박한 땅에서 제주 사람들은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릇을 빚어냈다. 화산섬 제주에서 태어난 옹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제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화산섬의 그릇 제주 옹기
화산섬 제주, 물이 부족한 척박한 땅에서 제주 사람들은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릇을 빚어냈다. 화산섬 제주에서 태어난 옹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제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00.허벅 Ⓒ국립민속박물관
제주도는 화산활동이 있었던 섬으로, 다공질의 현무암이 제주 전체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비가 오면 땅이 부풀어 오르고, 물은 고이지 못해 지하로 빠져 해안에서 용출된다. 지금은 제주도가 물로 유명하지만, 과거에는 물이 부족하고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렇듯 제주도는 화산섬의 특성상 물이 귀했기 때문에 그릇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과 점력이 있는 흙, 연료 등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에서 생겨난 제주옹기는 내륙지방의 옹기와 비교해 기물의 형태와 제작 방법, 기물의 명칭, 가마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제주옹기를 구워냈던 옹기가마에서 제주만의 독특한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옹기, 기와 등을 구웠던 가마를 ‘굴’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서는 다공질의 현무암을 그대로 사용해 가마를 축조한다. 제주도의 현무암은 화산 폭발에 따른 용암석으로 내화재 역할을 하며, 이런 특징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그 실정에 맞추어 발전한 결과이다.
01.물팡돌 위에 올려진물구덕과 허벅 Ⓒ국립민속박물관
02.앞동산노랑굴의 전경(제주옹기가마) Ⓒ국립민속박물관
03.노랑굴 내부 굴천장과 불벽 축조 상태 Ⓒ(사)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
제주도의 지형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어 비가 오면 물이 땅으로 빠져 해안가에서 물이 솟아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용천수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생명수이다. 따라서 생활에 필요한 물을 길으러 해안가 용천수나 물통에 빗물을 받아 둔 봉천수가 있는 곳까지 가야만 했다. 이때 물을 길어 나르는 용기로 허벅을 사용하였다.
허벅은 입구가 좁고 몸체가 불룩한 독특한 형태로 제작되며, 제주옹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종이다. 허벅의 부리는 목질로 만드는데, 이런 제작 방식은 내륙지방의 옹기와 다른 특징이다. 이렇듯 제주옹기를 만드는 도공 중 허벅을 잘 만드는 도공이 명성을 얻었다. 허벅은 크기, 형태, 용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크기로는 특별 주문으로 제작된 맞춤허벅인 크기가 가장 큰 ‘바릇허벅’, 성인이 지고 다녔던 일반적인 ‘허벅’, 15~17세 소녀가 사용했던 ‘대배기(대바지)’, 어린아이용 애기대배기가 있다. 또한 허벅의 크기는 같지만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의 차이에 따라 생김새와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허벅을 지고 먼 거리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은 여성의 몫으로, 매일 새벽 허벅을 지고 먼 거리를 걸어 물을 길으러 갔다. 그들은 허벅에 물을 담아 가족의 식수를 책임졌다. 허벅은 상수도 시설이 없던 시절, 제주 사람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용품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식수 공급 시설이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허벅은 급속히 사라졌고, 현재는 제주옹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남아 있다.
제주의 살림살이 중 가장 큰 몫을 했던 제주옹기는 옹기를 대체하는 상품의 발달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장되었다. 현재 제주옹기는 옹기의 제작을 비롯해 가마의 축조와 운영 등 전체적인 작업 과정의 복원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주도 옹기장으로 지정되었으며, 도공장·질대장·불대장·굴대장 등 4개 영역으로 분업화한 전승체계를 갖추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K-팝, K-드라마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K-컬처라는 범주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 같은 K-컬처는 전통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통이라는 것은 옛것, 보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K-컬처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며 ‘국가 브랜드의 자산’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현대적인 시각으로 문화유산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미래에는 어떤 의미로 해석할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 지역을 넘어, 한국을 넘어 세계의 관점으로 앞으로는 제주옹기를 재해석해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강하영(국가유산청 제주공항 문화유산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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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