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의 광배진언(眞言)

암벽 위에 새겨진 두 개의 진언으로 우리는 관음보살이 바라보는 방향과 마애불이 서있는 이곳이 바로 청정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의 비밀스러운 주문, 진언(眞言)

진언(眞言) ‘옴 마니 반메 훔’ 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은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조성된 거대한 규모의 마애불상으로 한국 근대 불교 조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년명(紀年銘) 불상이다. 마애불의 두광(頭光)에는 총 6글자의 범자(梵字)가 새겨져 있다. 그동안 이 6글자는 관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진언(眞言)인 ‘옴 마니 반메 훔(唵麽抳鉢銘吽, oṃ maṇi padme hūṃ)’으로 알려져 왔다. ‘보관에는 화불(化佛), 손에는 정병(淨甁)’이라는 관음보살의 도상을 정확히 지키고 있고, 일말의 오해도 허락지 않겠다는 듯 불단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어 두광에 있는 범자를 관음보살과 관련한 진언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사실은 다음의 두 가지 진언이 함께 조합된 것이다.


                                                                                   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 좌상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과 사방진언(四方眞言)의 조합
6글자의 범자는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과 사방진언(四方眞言) 두 개의 진언이 조합된 것이다. 중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옴·람’은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으로 자신을 포함한 일체 법계를 청정하게 하는 진언이다.


‘안양암 금강경탑다라니’ 상륜부 옆에도 정법계진언이 있다. 7층 보탑 내부에 금강경의 내용이 담겨 있어서 ‘금강경탑다라니’라고 하며 장례 때 망자(亡者)를 염할 때 덮어주거나 함께 묻어서 태웠다. 향을 담아 매달았던 주머니인 향낭(香囊)에도 정법계진언이 활용된다.

                                                                                         광배에 새겨진 범자(梵字)


                                                                          홍가사  『安養庵에 담긴 衆生의 念願과 꿈』

향낭은 경내를 향기롭게 할 뿐만 아니라 방충 효과도 있어서 사찰에 없어서는 안 될 물품이다. 안양암 천오백불전 향낭의 주머니 부분에는 ‘옴’과 ‘람’의 범자가 배치되어 있고, 장식 수술 부분에는 나비와 박쥐, 전보문(錢寶紋), 화문(花紋) 등의 무늬를 넣어 풍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안양암에서 가장 오래된 향낭으로 알려진 금륜전 향낭에도 ‘옴’과 ‘람’ 범자가 수놓아져 있다. 상단부 중앙에 박쥐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날개가 부엉이의 눈처럼 보이도록 표현했다.

또한 부리 부분에는 만(卍)자가 있고, 양옆으로는 수술을 날개처럼 길게 늘어뜨림으로써 전체적으로 부엉이 모습을 형상화했다. 정법계진언은 이 외에 수행승이 입는 가사(袈裟)에도 표현되어 있다. 가사에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와 달을 상징하는 옥토끼를 배치했는데, 해와 달 아래로 각각 ‘옴’과 ‘람’의 범자를 새겨 넣었다.

                                                                         천오백불전 향낭 ©한국불교 미술박물관


                                                                 금륜전 향낭 ©『安養庵에 담긴 衆生의 念願과 꿈』


사방진언(四方眞言)으로 알 수 있는 관음보살의 좌향(坐向)
보살상의 머리 오른쪽 상단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배치된 4자의 범자는 동·남·서·북 방위를 나타내는 ‘아마라하’ 즉, 사방진언(四方眞言)이다. 관음보살은 남서향을 하고 있으므로 좌향을 두광에 정확히 표기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진언은 방위를 나타내기 때문에 불화나 불상, 불복장물, 다라니 등 다양한 곳에 자주 쓰인다. 1926년에 제작된 ‘통도사 응진전 십육나한도’ 네 모서리에는 사방진언(四方眞言)이 적혀 있다.

이외에 ‘상원사 제석천왕 복장 다리니’, ‘구례 화엄사 석가불과 노사나불 후령통’ 표면에도 사방주가 방위에 따라 쓰여 있다. 암벽 위에 새겨진 두 개의 진언으로 우리는 관음보살이 바라보는 방향과 마애불이 서있는 이곳이 바로 청정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의 좌향(坐向)


                                                              통도사 응진전 십육나한도, 1926년 ©『韓國의 佛畫』
이주민(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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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