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極樂鳥)

가릉빈가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년 전, 부처님이 왕사성 기원정사에서 사리불, 마하가섭 등 사부대중에게 설한 〈아미타경〉에 처음 등장한다.

극락조(極樂鳥)

극락조(極樂鳥)는 극락정토에 있다는 가릉빈가(迦凌頻伽, (कलविङ्क))라고 도 말한다. 부처님을 모신 수미단, 고승 대덕의 부도 또는 와당 등에서 몸체는 깃털로 덮여 있으며, 깃털이 달리 화관을 쓴 경우도 있다, 머리는 사람 형태이고 하반신은 날개, 발, 꼬리를 가진 조각이나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때에 따라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는 이것이 가릉빈가라고 하는 상상의 새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중생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뜻으로는 금시조라고도 한다. 금시조(金翅鳥)는 조류(鳥類)의 왕으로 용을 잡아먹고 산다는 거대한 상상의 새다.

가릉빈가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년 전, 부처님이 왕사성 기원정사에서 사리불, 마하가섭 등 사부대중에게 설한 〈아미타경〉에 처음 등장한다. 부처님이 아미타 극락정토의 모습은 설하되, 그곳에는 흰 고니와 공작과 앵무와 사리조(舍利鳥)와 가릉빈가와 공명조(共命鳥, 한 몸뚱이에 두 개의 머리가 달린 새)와 같은 여러 새들이 밤낮으로 여섯 번에 걸쳐 아름답고 온화한 소리를 내는데, 이 새들은 모두 아미타불이 법음을 널리 펴기 위해 화현(化現)한 것이라 했다. 또한 그 국토의 중생들이 가릉빈가의 소리를 듣고 모두 부처님과 가르침을 생각하고, 스님들을 생각한다고 했다. 〈묘법연화경〉에는 부처님 음성을 가릉빈가 음성에 비유해 말했고, 후세 사람들은 가릉빈가를 미화하여 선조(仙鳥).호성조(好聲鳥). 묘음조(妙音鳥). 미음조(美音鳥). 옥조(玉鳥)라고 불렀다. 용을 잡아먹는 새, 소리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용을 잡아먹는다는 것에서, 용의 의미는 자유 자재로운 능력으로 변화무쌍한 능력을 의미하며, 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능력보다 지혜로움을 가졌다는 뜻으로 여의주를 가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극락조의 소리가 아름답다라고 하는 의미는 그의 입에서 전하는 소리는 진리를 전하는 소리다. 진리의 법을 전하는 그는 깨달은 자로서, 지혜보다는 힘으로 살아가는 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손오공과 부처님 손바닥의 관계와 같은 의미다.


불설아미타경(언해)  보물(구인사 소장)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
백지묵서묘법연화경권1∼7(白紙墨書妙法蓮華經卷一∼七) 국보


기와나 불탑, 승탑에 이 새의 조각을 많이 새기는데,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탑과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 적조탑(보물 137호), 그리고 구례 연곡사의 동 승탑(국보 53호) / 서승탑, 북승탑 등에서 볼 수 있다.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탑(국보)
2단으로 마련된 밑돌은 마치 여덟마리의 사자가 구름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저마다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흥미롭다. 윗돌 역시 2단으로 두어 아래에는 연꽃무늬를 두르고, 윗단에는 불교의 낙원에 산다는 극락조인 가릉빈가(伽陵頻迦)가 악기를 타는 모습을 도드라지게 새겨두었다.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 적조탑(보물 )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의 가릉빈가문을 살펴보면, 상단 괴임대 8면에 각각 날개를 펼친 가릉빈가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다리와 날개의 표현이 섬세하고, 자세는 유연하다.

구례 연곡사의 동 승탑(국보 )
기단(基壇)은 세 층으로 아래받침돌, 가운데받침돌, 윗받침돌을 올렸다. 아래받침돌은 두 단인데, 구름에 휩싸인 용과 사자모양을 각각 조각해 놓았다. 가운데받침돌에는 둥근 테두리를 두르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몰려든다는 8부중상(八部衆像)을 새겼다. 윗받침돌 역시 두 단으로 나뉘어 두 겹의 연꽃잎과 기둥모양을 세밀하게 묘사해 두었는데, 이 부분에 둥근 테를 두르고 그 안에 불교의 낙원에 사는 극락조인 가릉빈가(伽陵頻迦)를 새겨넣었다.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보물 )
전면과 좌우 측면에 각양각색의 신비스러운 문양들로 가득 차 있는데, 쌍을 이룬 물고기를 제외하면 모두 상상의 동물들이다. 당초(唐草)를 입에 물고 있는 귀면, 모란꽃 사이를 나는 봉황, 박쥐 날개를 단 익룡, 인두어신(人頭魚身)의 물고기, 자라껍질을 등에 진 괴인 등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동물이 어울려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중에 가릉빈가가 포함되어 있는데, 띠 매듭을 맨 천의를 입고 박대(博帶)를 어깨 위로 휘날리며 연꽃 봉오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의 가릉빈가  / 이미지 구글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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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