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의 세 가지 과제

한국불교학의 세 가지 과제

 

원영상 교수


 

현대 학문인 한국불교학의 연원은 근대 일본불교학이다. 일본의 식민지 강권통치 시기에 일본에 유학한 일군의 학자들이 그 선구자다. 이후 일본으로부터 부단한 수혈을 통해 오늘날 나름의 한국불교학이라는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물론 이 외에 외국에 유학하여 한국의 불교를 세계에 알린 학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불교학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한국불교학계의 첫 번째 과제가 있다. 돌이켜보면 일본 혹은 한반도에서 불교학을 연구한 근대의 학자 가운데는 일본의 식민지정책에 부역한 사람들도 있었다. 해방 이후 이들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한국불교를 일본불교화 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고 있었음에도 학문적인 양심, 더구나 불법의 정의(正義)를 무시하고, 텍스트에만 파묻혀 민중의 고난과 고통을 도외시한 비대승적 양심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일본불교학의 이면에 도사린 근대국가에 종속된 불교의 폐해가 한국불교학에 어떤 영향을 가했는지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일본불교학은 전후에 그 자체의 반성을 소홀히 했다. 교단들의 반성은 있었지만, 여전히 그 전모에 대해서는 젊은 학자들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일본불교학을 역사적인 착종(錯綜)에 의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불교학에 대해서도 이제는 역사적 평가를 시도해야 할 때다. 

한국불교학의 두 번째 과제는 다른 인문학, 특히 불교학과 같은 범주인 이웃종교학과의 비교연구다. 물론 철학, 문학, 역사학과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불교학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 매진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러한 양분을 충분히 섭취한 신학의 초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우리 불교학계에서 과연 신학을 자신의 학문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이를 접목하여 불교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에 얼마나 매진하고 있는지는 과문인지는 몰라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비교종교학적 견지에서 다룰 수는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두 학의 만남에 학계의 시민권을 부여하여 세계 학계에 그 성과를 내놓은 경우가 있는가. 

신학은 심지어 세계적 차원의 접목을 통해 다양한 연구 방향과 방법을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신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갖고 있는 시야는 범세계적이며, 문화의 심층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목격한다. 심지어 신학자들은 불교학을 깊이 있게 받아들여 연구하고 있으며, 불교학과의 융섭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사회와 세계에 대한 한국불교학의 역할이다. 불교학 또한 민중들과 더불어 역사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최근 한반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이 땅의 평화구축을 위해 불교학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가. 때로는 모자라는 부분을 자연 및 사회과학으로부터도 배우고 자기화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중들의 앞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은 과거에 매이지 않으면서도 폐쇄적인 학문으로부터 탈출하는 길이다. 

핵심은, ‘불교학은 삶에 어떤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삶의 필요’라는 정의는 다양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나미 지키사이(南直哉)라는 조동종 스님의 저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총본산 영평사(永平寺)에서 20년 수행을 하고, 아오모리현의 한 사찰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부처님이나 종조 도겐(道元)의 가르침이 실제 삶에 어떤 소용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물론 경제학이나 정치학과는 다른 차원이다. ‘불교 스스로 세상사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은 불교를 응용한 것이든, 삶의 본질을 파고든 것이든, 방식을 불문하고 불교가 가까이 다가오기를 대중이 원하는 증거에 다름이 아니다. 그것은 불교가 늘 시대와 당대의 대중에게 삶의 목마름을 해결해준 시기상응(時機相應)의 정신을 발휘한 것과도 관계가 있다. 이제 한국불교학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계를 향해 자신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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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