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 TPP 탈퇴·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높아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한미FTA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편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부담 증액 요구는 예상되나 공화당 기조 상 한미동맹은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10일(목) 오후 3시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 정책좌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선 기간 중 공약과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동안 한미 FTA는 NAFTA와 함께 재협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허 원장은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한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수출 손실액이 최대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 美 차기정부가 한미FTA 전면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될 경우 파급효과가 큰 8개 산업에서 최대 5년간, 총 수출이 269억달러 줄고 일자리 24만개가 손실 (2016.10.10일자 보도)


허윤 원장은 “미국 측에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들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한 점검을 시행하고, 각종 비관세장벽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제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는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TPP 폐지 여부에 대해 허윤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TPP는 불공정하고 미국을 유린하는 협정으로 중국에게 이득을 주는 협정이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에 TPP탈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TPP가 폐기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을 포함해 선진국과의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발(發) 보호주의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석영 전(前) 주제네바대사(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TPP 탈퇴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화당 의견이 수렴된 수정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 전 대사는 “한미 FTA, NAFTA 등 이미 발효 중인 FTA에 대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석영 전(前) 주제네바대사는 “제115대 미국 의회의 지배구조는 결국 상원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통상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통상정책에 대한 권한을 의회와 대통령이 분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의회는 입법권과 법 이행의 감시권한을 보유한 반면, 대통령은 의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 대외협상을 추진하고 협정의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후 통과된 이행법안에 서명 권한 보유


대선과 동시 진행된 의회선거 결과 양원 모두 공화당 우세인 기존 체제를 다시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TPP 협상은 기존 양원체제에서 협상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색체를 강하게 가져간다고 해도 공화당의 정강기조를 고려할 때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됐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다수당인 공화당의원을 통해 극단적 무역보호조치를 취하려 해도, 공화당이 민주당 상원의원의 필리버스터링을 저지할 수 있는 수퍼머저리티(super majority)인 상원의원 60석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최 전 대사는 평가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기존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이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비책으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공동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성원 교수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임기(2017-2020) 내인 2020년경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3년에서 4년 사이가 북핵문제에 있어 결정적 시기”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쿠바 미사일 사태 등 미국의 외교정책 역사를 들여다보면 미국본토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마다 좌시하지 않는 정책을 취해왔다”며,“북한의 미국본토 타격역량이 확보될 경우 한국도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성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선과정에서 북한 핵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를 시사하는 언급을 한 바 있으나, 실제 정책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사드 미사일 배치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2017년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에 나선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경선과정에서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지 않았으나 공화당 주류는 전통적으로 동맹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전 장관도 한미동맹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방위비 부담 증액요구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트럼프는 대외정책면에서의 비전문성과 구체성 결여가 드러난 바, 외교안보 진용이 꾸려지는 대로 조속히 이들과 협의하여 한국의 입장과 정책을 설명하는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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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