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암각화는 자연의 바위벽에 새기기, 쪼기, 파내기, 갈기, 색칠하기 등의 수법으로 사람이나 물체를 나타낸 것으로 암각巖刻, 암화巖畵라고도 한다.

울주(울산) 반구대 암각화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잘 알지만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은 드문 유적이 있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巖刻畵바위그림)가 그렇다. 한국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이곳 반구대까지 찾아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안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만큼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반구대 가는 길은 오밀조밀 산이 겹겹이 감싸고 있다. 우측으로 반구대로 흐르는 대곡천이요, 그곳으로 가는 길의 일부인 연로(硯路)는 반고서원에서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벼랑길로 너비가 2.5m가 채 되지 았는다. 가다보면 연로개수기(硯路 改修記)가 왼쪽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연로는 벼룻길이라는 뜻으로 벼루처럼 미끄러운 벼랑길을 옛날 사대부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학문길이라 플이하고 있다. 인근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과 또 다른 선사시대 암각화(천전리)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암각화는 자연의 바위벽에 새기기, 쪼기, 파내기, 갈기, 색칠하기 등의 수법으로 사람이나 물체를 나타낸 것으로 암각巖刻, 암화巖畵라고도 한다.


                             반구대 암각화


                                                                          연로 개수기


                             공룡발자국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바위 그림의 존재가 보고되기 시작하였으며, 울산 반구대와 천전리, 그리고 고령 장기리 알터의 것이 대표적이다. 바위 그림이 조사된 지역은 현재까지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방기리, 이화동, 포항 인비리, 경주 석장리, 안심리, 영천 포성리, 고령 장기리, 안화리, 지산리, 남해 상주리, 벽련리, 양아리, 안동 수곡리, 여수 오림동, 함안 도항리, 등이 있다. 고령 장기리 알터의 것은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패형 및 동심원 기하무늬 도안으로 상징성이 뚜렷하다. 최근 포항 칠포에서 장구 모양의 기하무늬 바위 그림이 발견되었고 영주 가흥동, 남원 대곡리에서도 같은 소재의 바위 그림들이 발견되어 구석기시대부터 그려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바위 그림의 연대는 알 수 없다.

이곳에서 암각화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다. 여기서 가까운 천전리에서 선사시대 암각화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주변 지역을 조사하던 중 대곡리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암각화 300여 점이 새겨진 바위가 발견된 것이다. 특히 대곡리 암각화의 고래 사냥 그림은 약 7000년 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인정되었다. 사람 얼굴을 비롯해 사냥하는 사람들, 활ㆍ작살ㆍ그물, 다양한 고래, 호랑이ㆍ멧돼지ㆍ사슴 같은 짐승들의 모습이 사실적이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와 새끼를 밴 호랑이, 교미하는 멧돼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사슴 등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도 있다.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의 모습도 그렸으며 그물이나 배도 표현했다. 대부분 다산과 풍요로운 생업 안전을 기원하는 종교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당시 생활상을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과 점으로 동물과 사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특징을 실감나게 그려낸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로 당대 생활과 풍습을 알려주는 바위 그림으로 평가된다.

1971년 동국대 학술조사단에 의해 발견된 울산 천전리의 암각화는 국보 제147호로 지정되었고, 반구대 암각화에 앞서 발견된 이곳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는 동안 그림과 글씨가 새겨졌다. 대곡리보다 상류에 위치해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고, 그림을 새긴 바위면이 앞으로 기울어져 비바람을 피해 보존 상태가 좋다. 신석기시대의 간략한 그림이 보이고, 위쪽에는 청동기시대의 기하학적 그림이, 서석(書石)은 상부에 면쪼으기로 나타낸 사슴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동물과 선쪼으기로 나타낸 다양한 기하무늬가 있고, 아래쪽으론 신라인들이 새긴 글씨가 빼곡하게 남아 있다. 글씨 또한 보존 상태가 좋아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현재 천전리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국내 준비 첫 단계로 이후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후보를 거쳐 등재신청대상이 된다. 잠정목록에 오른 뒤 1년 이상 지나야 세계유산 등재 신청 자격이 된다. 같은 시기에 발견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고래나 바다거북, 카누형의 배를 탄 인물들로 구성된 어로 관련 표현과 사슴, 호랑이, 멧돼지 및 인물들로 구성된 수렵 관련 표현을 주요 주제로 하고 있다. 선사시대 울산지역 주민의 생활상을 복원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로 평가되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안길 285  
울산암각화박물관 :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 (문의: 052-229-4797)

운영시간: 09:00~18:00, 월요일, 1월1일 휴관
천전리 암각화 :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2

또 다른 암각화는 1989년에는 포철 고문화연구회에 의해 영일 칠포리 곤륜산 동북쪽 골짜기에 대규모의 바위그림 유적이 확인되었다. 두 지역 8개의 바위에는 방패형 무늬 외에도 석검 및 여자 성기 모양의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다. 1994년 발견된 경주 석장동 금장대는 방패형 및 사람얼굴형 그림 외에도 사람 및 짐승의 발자국, 산과 동물, 배, 여성의 성기 모양 그림 등 다양한 표현을 담고 있다. 청동기시대 전후 이 지역 주민의 종교와 신앙의 이해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석검과 석촉이 새겨진 영일 인비동 및 여수 오림동, 동심원과 성혈이 새겨진 함안 도항리, 다양한 크기의 성혈이 표현된 울산 이화동의 바위 등은 고인돌 무덤의 덮개돌이다. 바위 그림이 지닌 종교성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또 이곳에는 대곡리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물가에 자리 잡은 커다란 너럭바위에 듬성듬성 구멍이 파인 것이 쉽게 눈에 띈다. 이것들은 지금부터 약 1억 년 전 백악기 전기에 살던 공룡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룡들은 아열대 기후에서 번성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때는 이 지역 또한 아열대 기후였다고 한다. 대곡천에는 여러 장소에서 공룡 발자국이 확인되지만, 이곳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100m² 넓이의 바위에 약 25개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데, 덩치가 큰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비교적 작은 이구아나과에 속하는 공룡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발자국이 일정한 방향으로 난 것으로 보아 공룡들이 이 일대에서 평화롭게 돌아다닌 듯하다고 추정한다. 거대한 공룡과 인간의 조상인 작은 포유류들이 평화롭게 공존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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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