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7월 7일 칠석이다.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긴다. 이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난다는 유래담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음력 7월 7일 칠석이다.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긴다. 이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난다는 유래담이 있는 날이다. 이는 중국 고대의 설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력 7월이 되면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이 맑고 푸르며 높다. 북두칠성은 한쪽으로 몰아 떠있고 비단결 같은 은하수는 금방 쏟아질 것 같다. 그 동쪽에 직녀성이 수줍은 듯 희미하게 비치고 서쪽에서는 견우성(牽牛星)이 휘황하게 빛을 발하는데 이는 마치 서로 마주 보며 정겨워하는 듯하다. 그러다가 칠석 때면 천장 부근에서 두 별을 보게 되는데 마치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두목지(杜牧之)의 칠석시에 이러한 정서가 담겨있다.
瑤階夜色凉如水 臥着牽牛織女星 요계야색양여수 와착견우직녀성

즉 “옥섬돌에 밤빛이 서늘하기 물 같은데 누워서 견우직녀 두 별을 바라보네”라고 한 것이다.

월탄 박종화는 다음과 같이 견우직녀를 나타냈다.
밤한울 구만리엔 은하수가 흘은다오
구비치는 강가에는 남녀 두 별 있엇다오
사랑에 타는 두 별 밤과 낯을 몰으것다
한울이 성이 나서 별 하나를 쪼치시다
물 건너 한편 바다 떠러저 사는 두 별
추야장(秋夜長) 밤이 길다 견듸기 어려워라
칠석날 하로만을 청드러 만나보니
원수의 닭의 소리 지새는 날 재촉하네
리별이 어려워라 진정으로 난감하다
해마다 눈물흘러 흔하수만 보태네 (1934년 11월, 삼천리에 실린 시 견우직녀다)


한국민요집 칠석요(七夕謠)다.

칠월칠석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직녀 일년만에 서로 반겨 만날세라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 더 좋네 은하수의 잔별들은 종알종알 속삭이며
무슨 말을 속삭이나 반작반작 웃는구나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 더 좋네
까치 까치 까막까치 어서 빨리 날러와서 은하수에 다리 놓아 견우직녀 상봉시켜
일년동안 못본 서름 만단설화 하게 하소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 더 좋네

이처럼 남녀간의 정담이 담긴 명절인 까닭에 옛날부터 남녀 상사(相思)나 애정시와 설화도 칠석과 관련된 것이 상당히 있다. 주(周)나라 왕자 교(喬)가 봉황곡(鳳凰曲)을 울리며 신선이 되어 도사(道士) 부구공(浮丘公)의 부인과 만났다는 날이 바로 칠석이다. 서왕모(西王母)가 자운거(紫雲車)를 타고 전상(殿上)에 내려와, 장수(長壽)를 원하는 한무제(漢武帝)에게 요지 선도(瑤池仙桃)를 올린 날 역시 칠석이다.

또 이날 양귀비(楊貴妃)의 혼이 재생하여 장생전(長生殿)에서 오매(寤寐:깨어있는 때나 자는 때)에 그리워하던 당명황(唐明皇)을 만나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比翼鳥: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가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連理枝: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의 가지와 맞닿아 결이 서로 통한 것.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일컫는 말)가 되자”고 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우리나라 춘향전에서도 춘향과 이도령의 가약을 맺어주던 광한루(廣寒樓)의 다리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와 이름이 같은 오작교였다.

칠석날은 별자리를 각별히 생각하는 날이어서 수명신(壽命神)으로 알려진 북두칠성에게 수명장수를 기원한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주부가 밀전병과 햇과일 등 제물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거나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가내의 평안을 빈다.

가정에 따라서는 무당을 찾아가 칠성 맞이 굿을 한다. 또 밭작물의 풍작을 위해 밭에 나가서 밭 제를 지내기도 한다. 칠석날 처녀들은 별을 보며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기를 빌고 서당의 학동들은 별을 보며 시를 짓거나 글공부를 잘할 것을 빌었다.

처녀들이 바느질을 잘하기를 비는 것을 걸교(乞巧)라고 한다. 칠석날 밤이면 궁중이나 민가에서 부인들이 바느질감과 과일을 마당에 차려놓고 바느질 솜씨가 있게 해 달라는 이른바 걸교제(乞巧祭)를 지내는 일이 한(漢)나라 시대에 이미 행해졌다. 그러나 걸교제의 민속화는 실제로 찾기 어렵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인가에서 옷을 햇볕에 말리는 쇄의상(曬衣裳)이 옛 풍속이라고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이 풍속이 당(唐)나라 시대에 주변 민족들에 전파되었는데 우리의 걸교나 일본의 ‘다나바다마쯔리(붕기제=棚機祭)’는 그 예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공민왕이 이날 왕후와 더불어 궁중에서 견우와 직녀성에게 제사를 지내고 백관들에게 녹(祿:녹봉)을 주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궁중에서 연희를 베풀고 선비들에게 명절 과거를 보게 하는 등 중요 명절로 여겼다고 한다.


                              칠월 칠석 오작교에서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견우와 직녀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
우리 조상들은 음력 7월 7일을 칠월칠석이라고 하여 성스러운 날로 여겨 무당집이나 사찰 등에서 많은 정성을 드렸다. 그러나 요즘은 칠석이라고 해서 무당집을 특별히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칠석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찰에 가서 불공을 드리는 것으로 마감한다.

오늘 대구섬유박물관에서는 은하수 건너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생각해보는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퓨전국악팀 나봄과 함께하는 음악회, 명주 베짜기 시연과 체험,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견우와 직녀 등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국문화재재단 역시 '칠월칠석 칠한 친구' 행사라는 제목으로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칠월칠석 칠(chill)한 친구 라는 행사를 연다. 이밖에 전국 여러 곳에서 칠석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이미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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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