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20

한양으로 들어가는 한양 관문길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20

한양으로 들어가는 한양 관문길

조선 시대에는 한양에서 전국으로 향하던 간선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6개 방향으로 뻗었던 대로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던 길이었다. 이 가운데 한양에서 남부지방으로 향하던 대로는 삼남길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3개 지방을 향하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삼남대로라 불리기도 했던 삼남로는 조선 시대 6대대로 중 한양과 충청, 전라, 경상의 삼남 지방이었던 1,000리에 달하는 긴 길을 '삼남대로'라고 불렀다. 조선 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축이었으며, 과거를 보러 가던 젊은 선비들이 이 길을 걸었고, 삼남 지방의 풍부한 물산도 이 길을 오갔다. 또한 이 길은 정조께서 아버지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해 현륭원으로 행차하던 길이며,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영으로 부임하던 길이고, 삼봉 정도전,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떠났던 길이며,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한달음에 달려가던 길이기도 하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했던 이 길이 경기 옛길 삼남길로 근래에 다시 조명되고 있다. 삼남대로의 옛 노선을 연구 고증하고, 그 원형을 최대한 따르면서 고속도로 등으로 단절된 구간, 도보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간 등에 대해 대체로를 개척하여 조성한 역사문화 탐방로이다. 평택에서 시작하여 오산, 화성, 수원, 의왕, 안양을 거쳐 과천으로 이어지는 약 100km의 구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 제1길이 한양 관문길에 해당한다. 경기도에서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연이 있는 옛길을 복원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경기 옛길’을 조성했다. 한양 관문길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에서 경기도 과천으로 이어지는 고개인 남태령에서 시작하여 정조가 화성 능행길에 하룻밤 묵어갔다는 온온사와 과천향교를 지나 인덕원 옛터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길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온전하게 간직하지는 못하지만, 곳곳에서 옛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참고로 경기옛길 삼남길은 총 10개의 코스로 이어져 있다.
1. 제1길 한양관문길.   2. 제2길 인덕원길.      3. 제3길 모락산길.   4. 제4길 서호천길.
5. 제5길 중복들길.       6. 제6길 화성효행길.    7. 제7길 독산성길.    8. 제8길 오산생태하천길.
9. 제9길 진위고을길.   10. 삼남길 제10길 소사원길.

관악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낮아지는 곳에 자리한 남태령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오늘날 콘크리트로 뒤덮인 자동차 도로로 변신했다. 그 도로의 동쪽으로는 옛날 사람들이 걸어서 넘던 남태령 옛길이 있다. 남태령 옛길은 많은 구간이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까지도 고개 정상 부근에서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이 고갯길을 넘어 관악산의 동남쪽 기슭을 따라가는 길이 경기도 삼남길의 제1구간에 해당하는 한양 관문길이다.

자동차 도로를 피해 산기슭을 따라 이동하면 양재천변에서 과천성당을 만날 수 있다. 과천성당의 남쪽으로 관악산길이라는 도로명을 가진 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이 곧 조선 시대에 이용되던 한양 관문길의 구간과 대체로 일치한다. 과천성당에서 관악산길을 따라 300m 정도 이동하면 온온사(穩穩舍)라는 객사 건물을 만나게 된다. 경기도 화성으로 능행차를 다니던 정조는 삼남길을 이용할 때에 몸이 피곤하면 과천현 관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정조는 편안하게 쉴 수 있었던 객사에 직접 이름을 짓고 손수 쓴 현판을 내려주었다. 이 객사가 바로 ‘경치가 좋고 편안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온온사이다. 온온사를 지나 관악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 과천시 갈현동에서 가자 우물을 만난다. 가자 우물은 찬우물이라고도 한다. 정조가 목이 말라 하던 중 신하가 이 우물물을 떠다 바쳤으며, 정조는 물맛이 유난히 좋다 하면서 이 우물에 당상(堂上)의 품계를 내렸다. 정삼품 이상의 품계를 가자(加資)라 부르는데 이때부터 이 우물은 가자 우물로 불리게 되었다. 동네 주민들은 물이 차고 맛있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찬우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온온사

                                                 가자우물(찬우물)




한참을 남쪽으로 이동하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있던 인덕원(仁德院)에 도착한다. 인덕원은 조선 시대에 환관들이 한양에서 내려와 살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덕을 베풀었다는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이곳에는 여행 중인 관리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머물러 갈 수 있었던 숙박업소에 해당하는 원이 있었다. 이로부터 인덕원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이곳은 정조도 여러 차례 능행길에 지났던 길이며, 『난중일기』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도 1597년 인덕원에서 휴식을 취한 후 가던 길을 계속 갔다는 기록이 있다.  한양 관문길의 옛 구간을 따라 걷는 거리는 약 8.7㎞에 이른다. 아직까지 옛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산악구간도 남아 있다. 이 구간을 통과하는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이동하면 남태령역에서 인덕원역까지 모두 7개 역을 통과한다.  / 자료참조 과천문화원, 일부이미지 다음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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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