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옷 한복 한민족의 정체성을 담다

문화재청은 ‘한복 입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아름다운 우리 옷 한복 한민족의 정체성을 담다

지난 2월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화가 날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 국기 입장 장면에서 반짝거리는 분홍색 치마와 흰색 저고리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나타난 것. 긴 머리를 하나로 땋은 뒤 분홍색 댕기로 장식한 모습까지 영락없는 우리의 한복이었다. 중국의 한 복 공정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한복 입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해 온 한복의 가치를 이야기해 본다.


                 01. 한복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전통복식이다.  박술녀 作 ©서헌강

                 02. 손바느질로 한복을 만들고 있는 모습. 조바위에 장식대기를 하고 있다. 조바위는 조선 후기부터 서양의 목도리가

                       등장할 때까지 부녀자들이 사용한 방한모(防寒帽)이다. ©문화재청


2부식 구조, 착용 순서, 고름으로 대표되는 한복의 특수성

한복은 한옥, 한식, 한글 등과 함께 한국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기본 형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을 수 있으며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민족복식으로서 전통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며 이어져 내려왔다. 긴 시간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반영해 전통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며 이어 온 민족 복식인 것이다. ‘한복’이란 용어는 1876년 개항 이후 서양에서 들여온 양복과 우리 옷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정확히 누가 언제 처음사용했는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다만 1881년 『승정원일기』에 ‘조선의(朝鮮衣)’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1894년 일본 신문기사에 ‘한복(韓服)’이 명시된 것을 확인할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1915년 박은식의 역사서 『한국통사(韓國通史)』 속 ‘안중근 의사가 죽기 전 어머니가 손수 지어 주신 한복으로 갈아 입었다’라는 대목이야말로 한복에 담긴 우리 민족정신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복의 범주와 개념은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를 기본으로 하는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2부식 착장, 그 위에 배자나 두루마기 등의 겉옷을 입어 방한과 예의를 표하고 쓰개와 장신구로 격식과 치장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한복을 대표하는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라는 명칭은 옷의 종류와 형태, 성별뿐 아니라 하의를 먼저 입고 상의를 나중에 입는 착장 순서까지 알려주는 매우 함축적인 용어이다. 이것은 곧 다른 나라의 민족 복식과 차별화되는 뚜렷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03. 1911년 미국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가 촬영한 사진 속 한복 차림 ©국립민속박물관

              04. 1919년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판화 속 한복 차림 ©국립민속박물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온 한복

개항과 더불어 서양 문물의 유입과 일제강점기 노동력 착취를 위한 생활의 간편화를 제도화하면서 한복 개량이 시작되었다. 1924년 6월 15일 동아일보에 연재된 만화를 보면 치마를 무릎길이까지 자르고 허리까지 내려온 저고리를 입은 젊은 여인과 전통 모습 그대로의 한복을 입고 있는 장년층 여인을 함께 그려 놓았다. 이를 통해 당시 한복 개량은 형태, 관리, 색 등 손질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대를 전후해한복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예복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하얀색 한복에 머리에는 긴 베일을 드리우고 손에 커다란 부케를 든 신부의 모습은 그 당시 결혼한 우리 어머니들의 혼례 사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서양 옷감이 유통되면서 양장지로 만든 한복 치마에 망사 안감을 넣은 레이스 저고리등 한복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민정책이 활성화된 1970년대, 한복은 출국시 반드시 챙겨가는 필수품이었다. 해외에서 한복은 마음의 고향이자 대한민국 국민임을 알리고 결속의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서양복의 아래위 같은 소재, 같은 색상의 디자인이 한복에도 도입되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복은 우리 문화를 대표 하는 상징으로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오늘날 한복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생활한복 시장이 확장되는 추세를 보인다. 2013년경부터는 대여 한복, 체험 한복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한복이 등장했다. 한복 입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복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05. 출산이 가까워질 때나 해산 후에 만드는 배냇저고리는 첫 의례복(儀禮服)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국립민속박물관

             06.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한복문화주간 사업 ©한국공예문화디자인진흥원



일상 속 한복 입기가 이뤄지길 바라며

중국의 한복 공정은 젊은 세대가 한복에 관심을 갖고 국민 모두 한복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해 주었다. 그 결과 우리 옷의 원류와 특징이 중국 옷과 다름을 설명 하고, 명나라 초기 중국 옷은 오히려 고려가 원나라에 유행시킨 고려양(高麗樣)의 연속이라는 것을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한복 입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것은 한복의 역사성과 전통성, 사회・문화적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역사성이 있는 문화이자 가족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매개체이다. 여전히 한복은 역사학, 미학, 디자인,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관심이 주목되고 있으며,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해 관련 지식도 전승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를 계기로 한복 입기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한복을 입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멀게 느껴졌던 전통 한복과의 거리도 줄어들 것이다. 생활 속에서 한복입기 실천을 통해 세계에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다음 세대에도 이어 지길 바란다.

한복을 입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생소하게 느껴지는 전통 한복과 거리도 줄어들 것이다.  출처 윤양노(중부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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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