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8 – 음성 이양골

효자를 위해 잉어가 스스로 뛰쳐나온 음성 이양골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8 – 음성 이양골

우리나라 곳곳에는 다양한 이름의 마을들이 있다. 그 마을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도시에 똑같은 동 이름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인 한 인물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지명을 낳기도 했다.

지명의 유래를 유형별로 나누어 그중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지명들을 살펴보았다.

방방곡곡 “효자 효녀” 들이 넘치는 나라

전국 어느 지역이나 효자동, 효자촌 등의 지명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충효사상을 높이 기렸던 전통문화에 기인하며, 특히 임금과 관련된 ‘충’은 서민과 거리가 있는 덕목이지만 ‘효’는 부모가 있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덕목이기에 전국적으로 다양한 미담과 설화가 퍼져 있다. 아픈 부모를 위해 시체의 목(알고 보니 산삼)을 잘라 바친 아들(강원도 춘천시 효자동과 거두리), 한겨울에 숭어를 구해온 효자(경남 거제시 연초면 효촌), 호랑이도 감동시킨 효자(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뱀알로 아버지의 병을 고쳐드린 달래(전북 고창군 성송면 뱀내골), 개고기가 먹고 싶다는 노모를 위해 호랑이로 둔갑해 개를 잡아 온 아들 (전북 진안군 용담면 범바위), 삼을 캐어 부모님의 병을 고친 오누이(울산시 서부동 삼밭골), 꽃적을 구워 시아버지를 공양했던 며느리(대전 중구 문화동 꽃적마을), 원님의 구슬을 잃어버린 시아버지가 밥을 못 먹고 시름시름 앓자 잉어를 구워드린 정노인의 며느리(전남 나주시 영산강), 잉어를 스스로 뛰쳐나오게 한 효자(충북 음성군 삼성면 이양골) 등 효자, 효녀, 효부의 사연이 다양하고도 많다.



효자를 위해 잉어가 스스로 뛰쳐나온 음성 이양골

충청북도 음성에 효자로 이름난 권국화가 살았다. 어느 해 부친의 약을 구하러 한밤중에 장호원을 가려고 하니 호랑이 태워다 줬다. 그리고 한겨울에 부친이 잉어회를 먹고 싶다고 해 성미저수지에 가서 도끼로 얼음을 깨려 했으나 깨지지 않았다. 권국화는 무릎을 꿇어 하늘에 기도를 드렸고, 무릎의 체온에 얼음이 녹아 뚫힌 구멍으로 잉어가 뛰쳐나왔다. 덕분에 아버지는 잉어회를 먹고 천수를 누렸다. 권국화가 잉어를 잡았던 성미저수지가 있는 들판을 잉어가 올라온 곳이라 하여 이양골이라 불렀다.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 용성리에 권국화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본관이 안동으로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어느 해 권국화의 아버지가 병석에 누웠다. 이에 아들은 백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녔으나 구하지 못하였다. 아들이 수소문한 끝에 장호원에 명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한밤중이었지만 마음이 급했던 권국화는 장호원에 가기 위해 고개를 넘었다. 그런데 커다란 호랑이가 고갯마루에 앉아있었다. 권국화는 죽었구나 싶었는데, 잘 보니 호랑이가 등을 권국화 쪽으로 내미는 것 같았다. 그는 호랑이가 자신에게 타라고 하는 건가 싶어 갸우뚱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호랑이 등에 올랐다. 그랬더니 호랑이는 순식간에 50리 길을 달려가 장호원 약방 앞에 권국화를 내려주었다. 권국화가 약을 지어 나오자 호랑이는 또다시 나타나 등을 내밀었다. 권국화를 태운 호랑이는 집 앞까지 빠르게 달려 내려주었고, 장호원에서 사온 약을 달여 드시게 했더니 아버지의 병이 금방 나았다.


효자를 위해 잉어가 스스로 뛰쳐나온 음성 이양골


그 후 어느 날, 아버지가 다시 병석에 누우셨다. 그러더니 “아범아, 내가 잉어회가 먹고 싶구나” 했다. 권국화는 당장 잉어를 구해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이렇게 단단하게 얼음이 언 추운 겨울에 잉어를 잡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권국화는 마을 옆 성미저수지로 갔다. 도끼로 얼음을 열심히 내리쳤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얼음이 깨지지 않았다. 권국화는 얼음판에 무릎을 꿇고 하늘에 기도를 드렸다. “아버님이 잉어를 드시고 싶다고 하는데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한참을 그렇게 정성을 드리고 있자니 무릎 체온이 얼음을 녹여 구멍이 뚫렸다. 그러더니 뚫린 구멍으로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얼음판 위로 솟구쳐 뛰쳐나왔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권국화도 놀라서 하늘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는 그 잉어를 잡아다 회를 떠서 아버님께 드렸다. “아니, 이렇게 추운 날에 잉어를 어디서 잡아왔니?” “네, 성미저수지에서 잡았습니다.” “참 재주가 좋구나!”

그렇게 잉어회를 드신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건강을 회복했다.

몇 년이 지난 후 권국화의 아버지는 천수를 다 하고 돌아가셨다. 부모 잃은 슬픔은 누구나 같겠지만 특히나 효자 권국화에게는 남달랐다. 권국화는 아버지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그를 태우고 장호원 약방까지 왕복해 준 호랑이가 밤마다 움막 앞에 나타나 권국화를 지켜주었다고 한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권국화의 지극한 효성에 하늘이 감동한 것이라 칭찬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권국화가 잉어를 잡았던 성미저수지가 있는 들판을 잉어가 올라온 곳이라 하여 이양골이라 불렀다.  참고자료 : 이영식 음성문화원 "「이양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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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