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 3 – 지리산 뱀사골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 지리산 뱀사골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 3 – 지리산 뱀사골

우리나라 곳곳에는 다양한 이름의 마을들이 있다. 그 마을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도시에 똑같은 동 이름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인 한 인물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지명을 낳기도 했다.

지명의 유래를 유형별로 나누어 그중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지명들을 살펴보았다.

동물 유래 지명 중 으뜸은 환상의 동물 "용“
지명에 얽힌 이야기 중에는 식물보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에서도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동물 용에 관련된 마을이 많다. ‘룡’이나 ‘용’이 붙은 지명에는 전부 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다. 경북 경산시 용성면의 구룡마을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간 전설이 있고, 충남 아산시 배방읍 회룡리는 마을의 수호신 황룡이 다시 돌아온 마을이다. 전북 군산시 고룡동 용당포는 용이 승천하면서 만든 바다이다. 용이 되기 전의 상태를 이무기라고 하는데, 이무기 관련 지명도 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뱀사골은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하고 죽은 골짜기이고, 경남 하동군 진교면은 고관대작의 딸들에게 해코지하는 이무기를 용으로 만들어 화를 면한 마을이다.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 지리산 뱀사골

조선 전기(1392~1592) 1300 년대, 옛날 지리산 반선에는 큰 절이 있었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저녁에 선녀가 내려와 스님 한 분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그렇게 하자 스님들은 신선이 되는 거라고 믿었다. 자기 차례가 돌아온 해에 스님이 정승이 된 친구를 찾아가 선녀 이야기를 했고, 정승은 그 이야기를 듣고 비상 묻힌 장삼을 선물했다. 선녀가 내려와 스님을 데려간 다음 날, 하루종일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고, 웅덩이에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스님들이 배를 갈라 보니 장삼을 입은 스님이 나왔다. 그동안 선녀인 줄 알았던 것이 이무기였던 것이다. 절은 망하고 불태워졌다. 이무기가 죽은 곳이라 그곳을 뱀사골이라 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왕으로 등극하려고 할 때, 모든 산의 산신령들이 허락했으나 지리산 산신령만은 허락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이성계는 전라도에 있던 지리산 산신령을 경상도로 귀양 보냈다. 지리산 골짜기에는 여러 절이 있었으나 반선에 있는 절이 유난히 번성하였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저녁이었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더니 스님 한 명을 데리고 올라갔다. 스님들은 ‘우리 절 스님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니 신선이 되었나보다!’ 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선녀가 내려와 스님 한 명을 데리고 올라갔다. 그렇게 여러 해를 계속해서 선녀는 스님을 한 명씩 하늘로 데려갔다. 절에 남아있는 스님들이 생각해보니 나이순으로 하늘로 올라갔다. 스님들은 “올해는 어느 분 차례예요?” “그럼 내년에는?” 하면서 다들 신선이 되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다가 한 스님의 차례가 되었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 동문수학했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스님은 정승이 된 친구를 만나러 한양으로 올라갔다. 스님은 정승 친구를 만나 반선에서 겪은 일을 설명했다. 이제는 자기 차례가 되어 떠나기 전에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스님의 말을 들은 정승은 사람을 시켜 친구를 위해 준비한 두툼한 장삼에 독약인 비상을 바르도록 했다. 정승과 하룻밤을 함께 지낸 스님은 “하룻밤 잘 지냈네. 그리고 자네같이 훌륭한 친구를 둬서 기쁘네. 우리 하늘에서 만나더라도 잘 지내세.” 인사했고, 정승은 선물이라며 장삼을 내밀었다. 하늘로 올라갈 때 이 옷을 입으라고 부탁했다.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 뱀사골


장삼을 받아들고 지리산 빈선의 절로 내려온 스님은 섣달 그믐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믐날 저녁이 되자 스님은 친구가 마련해준 두툼한 장삼을 입고 앉았다. 시간이 되자 하늘에서 상서러운 기운이 내리더니 선녀가 와서 스님을 데리고 올라갔다. 주변의 스님들은 일제히 목탁을 두드리며 떠나는 스님을 축원했다. 이튿날 아침 뱀사골 안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너무나 무서운 소리에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소리가 뱀사골을 뒤흔들더니 저녁이 되어 조용해졌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모두들 밖으로 나와 보니 골짜기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핏물을 따라 올라가니 뱀소 웅덩이에서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웅덩이에는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스님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무기의 배를 갈랐다. 이무기 배에는 장삼을 입은 스님이 있었다.

그동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이무기였던 것이다. 이무기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선녀로 둔갑했던 것이다. 이렇게 이무기가 지리산에서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었던 것은 지리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경상도로 귀양을 가고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절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무기한테 스님들이 잡아먹혀서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하늘로 올라간 줄 알았던 스님들이 이무기 먹이가 되었으니 남아 있던 스님들도 더이상 불도에 매진하기 어려웠다. 몇 달이 지나 스님 한 분이 친구 스님에게 장삼을 선물했던 정승을 찾아가 이무기가 죽은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정승은 절을 모두 태우라고 지시했다. 마을에서는 이무기가 죽은 곳을 뱀사골이라고 불렀다. 참고자료 : 이영식 남원문화원 디지털남원문화대전, "뱀사골마을의 전설"

<저작권자 ⓒ 한국역사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