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 삼층석탑(慶州石窟庵三層石塔)

사찰에 가면 당연히 마주 하는 것이 탑이다.
그런 탑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정태상의 칼럼


경주 석굴암 삼층석탑(慶州石窟庵三層石塔)

사찰에 가면 당연히 마주 하는 것이 탑이다.
그런 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것은 삼층석탑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석탑이 세워졌고 중국은 전탑, 일본은 목탑이 주류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돌은 질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색깔도 친밀하고 강도 또한 높다. 또 돌에 구성되어있는 매와 돌발이 좋아 석공들이 그것을 잘 찾아내어 주무르듯이 다듬는다. 한편으로 분황사탑은 안산암을 벽돌처럼 마름질해서 쌓았다고 해서 모전석탑(模塼石塔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올린 석탑)이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 석탑은 삼층이 기준이 되다시피 많이 남아 있다. 3이라는 홀수는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깊은 뿌리로 본다. 안정감이 들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무엇이든 삼박자가 맞아야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겨루기를 할 때도 삼세판이 있어야 결정이 난다. 만세도 삼창을 해야 되고 술도 석 잔을 해야 그 맛을 안다. 삼복더위나 삼동 긴 추위도3이라는 숫자를 거쳐가야 한다. 또 불교에서의 3이라는 숫자는 먼저 삼존과 삼보가 있고 삼계와 삼천대천, 삼악도가 있다. 삼매와 삼도, 삼보,삼신도 있다.


사진 출처: 조선고적도보, 1916년 




석굴암 삼층석탑은 물론 삼층이지만 이형석탑(異形石塔 평면 구성이나 입면 구성이 신라 때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과 다른 석탑)에 속하는 탑이다. 이형석탑의 좋은 예로는 불국사 다보탑과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정혜사지13층석탑 등이 있다. 석굴암 삼층석탑은 탑신부는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형식이지만 기단부가 특이하게도 원형으로 되어있다. 철원 도피안사 삼층석탑은 기단이 팔각으로 이루어졌다. 일반 부도에서는 팔각원당형이라는 형식이 잘 반영이 되어 있지만 석탑에서는 좀처럼 드물게 보인다. 천원지방이라고 해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사상이 있었다. 사각에서 네 귀가 떨어지면 팔각이 되고 팔각의 모서리마다 닳고 닳으면 비로소 원형이 된다. 결국 수행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마침내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그런 깊은 뜻을 전하고 싶어 기단을 원형으로 만들고 그 위에 팔각 면석을 세우고 사각의 탑신을 올리지 않았나 상상해 본다.

석굴암 삼층석탑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원형과 팔각으로 된 이중기단으로 이루어졌다. 상하층 기단 면석은 각 모서리 마다 탱주를 두고 있다. 나머지는 일반형 석탑 구조로 되어있고 탑은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비례를 보여준다. 지대석과 면석, 갑석으로 이루어진 하층기단은 하나의 돌로 되어있다. 지대석은 원형으로 물매가 있고 가운데는 이중 받침을 돌렸다. 그 위에 팔각 면석이 있고 위에 있는 갑석도 원형으로 되어있다. 상층기단 역시 1매로 면석은 하층기단과 같은 팔각이며 모서리마다 탱주를 만들었다. 그 위로 갑석은 원형이다. 갑석 가운데 2단으로 탑신 받침을 두고 1층 탑신이 있다. 탑신에는 네 모서리마다 우주를 세웠다. 옥계 받침은 3단으로 되었다. 상륜부는 노반 위에 복발까지 남아있다. 복발은 편구형으로 가로로 띠를 돌리고 4면에 고사리 문양을 조각하였다.

대체로 8세기 말엽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높이는 3m 가량이고 보물 제911호로 지정이 되었다. 이러한 양식의 근원이 어디인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애정을 가지고 자주 보고 아껴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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