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옛 우물

분황사 우물은 한눈에 보아도 잘 다듬어진 명품임에 틀림이 없다. 사찰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았다. 금당과 모전 석탑 가운데 자리를 잡았으니 분명코 중요한 뜻이 간직되었다는 증거이다.

분황사 옛 우물

분황사 우물은 한눈에 보아도 잘 다듬어진 명품임에 틀림이 없다. 우물은 자칫 외진 곳이 있어 단순한 기능으로써 단조로운 구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분황사 우물은 의장을 충분히 살려서 정성을 다했다. 그 위치 또한 한갓진 곳이 아닌 사찰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았다. 금당과 모전 석탑 가운데 자리를 잡았으니 분명코 중요한 뜻이 간직되었다는 증거이다. 또한 방향도 정확하게 남북으로 잘 맞추어서 놓았다. 아마도 원효 스님이 이 우물의 맑은 물을 마시고 수행을 했다고 생각하면 벌컥거리며 들이키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사용할 수가 없다.

우물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거칠고 억세던 화강암 입자가 닳고 닳아서 반들반들 하게 생겼다. 그 얼마나 많은 중생들의 목마른 갈증을 풀어주며 면면히 이어온 지 1387년이던가. 차갑게 식어버린 우물 돌을 쓰다듬으며 따뜻했던 온기를 찾아보았다.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는 머리에 스치는데 마음속에는 허전함만이 물 밀려 오는듯하다.

수 없이 오고 가고 한 고승도 한낱 구름 조각에 불과하듯이 뜰앞에 붉은 백일홍도 제철을 맞아 수백 번 피고 지고를 거듭하는 것도 모두 무상하기만 하다. 선과 교도 원래 한 뿌리인 것을 그것조차 나이 들고 가지가 너무 뻗어서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구나. 분황사 우물물 대신에 500원짜리 생수나 마실까 보다.


분황사 우물은 다른 말로 '호국룡변어정'이라고도 부른다.  (지방문화재자료 제9호)   정태상ⓒ



분황사 우물은 다른 말로 '호국룡변어정'이라고도 부른다. 일연스님은 삼국유사 권 제2 기이편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원성왕이 즉위한 지 11년 乙亥(795년)에 당나라 사자가 서라벌에 와서 한 달을 머물러 있다가 돌아갔는데, 하루 뒤에 두 여자가 내정에 나와서 아뢴다. "저희들은 東池. 靑池에 있는 두 용의 아내입니다. 그런데 당나라 사자가 하서국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남편인 두 용과 분황사 우물에 있는 용까지 모두 세 용의 모습을 바꾸어 작은 물고기로 변하게 해서 대나무통 속에 넣어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바라옵건데 폐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우리 남편들인 나라를 지키는 용을 여기에 머무르게 해주십시오."
왕은 하양관까지 쫓아가서 친히 연회를 열고 하서국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어찌해서 우리나라의 세 용을 잡아 여기까지 왔느냐. 만일 사실대로 고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형에 처할 것이다"
그제야 하서국 사람들이 물고기 세 마리를 내어 바치므로 세 곳에 놓아주자, 각각 물속에서 한 길이나 뛰고 기뻐하면서 가버렸다. 당나라 사자는 원성왕의 명철함에 감복하였다.’

분황사 우물은 원통형 우물 위에 팔각형 우물 돌을 올려놓았다. 상부에 올려놓은 우물 돌은 전과 난간을 1매로 다듬었다. 팔각 난간에 아래 위로 팔각 전을 한 모양이다. 또한 하부 전이 상부 전보다 넓어서 매우 편안하게 느껴진다. 팔각 난간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정도를 의미한다. 내부 원통형은 원융의 진리를 나타내고 사각형 격자는 불교의 근본 교리인 사성제를 뜻한다.

우물 돌은 직경이 180cm, 높이가 70cm되는 큰 돌 하나로 되어 있다. 그 가운데 내경이 91cm인 구멍이 있고, 난간 벽 두께는 20cm 가량이다. 난간은 위에서 아래로 차츰 넓어져서 하부 전은 지대석처럼 밖으로 퍼져있어 안정감을 준다. 팔각 전의 외연도 수직이 아니고 안쪽으로 약간 경사지게 다듬어서 수직으로 세웠을때 벌어져 보이는 건축구조의 안쏠림기법이 적용되었다. 팔각 우물돌 밑에는 25×40cm, 길이 125cm되는 장대돌을 'ㅍ'자형으로 우물 벽석 위에 올려졌다. 그 위에 팔각 우물 돌을 놓아 장대석과 우물 돌이 함께 밑에서부터 쌓아 올린 작은 벽석을 견고하게 감싸서 잡아 눌러주고 있다. 우물 벽 깊이는 270cm, 상부직경 90cm, 바닥직경 130cm로 상협하광형의 내부구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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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