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간에 좋다“

한국의 전통술. 막 걸러낸 술이라고 하여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고, 색깔이 탁하여 탁주(濁酒)나 탁배기

막걸리 "간에 좋다“

한국의 전통술. 막 걸러낸 술이라고 하여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고, 색깔이 탁하여 탁주(濁酒)나 탁배기, 농사를 지을 때 먹는 술이라고 하여 농주(農酒), 거르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은 술이라고 하여 재주(滓酒), 신맛을 없애기 위해 재를 섞는다고 하여 회주(灰酒)라고도 한다. 역사가 오래된 술로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알코올 성분이 적은 6~7도의 술이다. 쌀이나 보리, 밀 등을 원료로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걸러내어 만든다. 흔히 농사를 지을 때 먹는 농주로 전래되어 왔다.




막걸리가 문헌에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부터

《세조실록》 8년(1462) 4월 14일 기록을 보면 "내가 젊었을 때에 화천군(花川君)의 집에 이르러, …… 막걸리 두어 잔을 마시고 나왔다"라는 말이 보인다. 또 고려 명문장가 이규보의 글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막걸리는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마셔온 전통술로 그 역사가 깊으며 농민뿐만 아니라 임금도 마셨던 술임을 알 수 있다.

고려 때부터 잘 알려진 막걸리인 이화주(梨花酒)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는데, 후에는 아무 때나 막걸리를 만들어서 그 이름도 사라졌다. 추모주(秋牟酒)도 막걸리의 일종이다.〈조선양조사〉에 "중국에서 전래된 막걸리는 처음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전 국토에 전파되어 민족고유주가 되었다"고 씌어 있는데 그 진위는 가리기 어려우나 토속성이 짙은 술임은 분명하다.

사신의 자격으로 고려를 찾았던 북송의 서긍(徐兢)은 1123년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해 보고서를 남겼는데,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오는 서책이 그것이다.


막걸리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 <선화봉사고려도경>에도 나온다. 출처wikimedia commons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고려 시대의 풍속을 자세히 기록했다. 서긍은 "서민들이 맛이 떨어지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막걸리로 추정되는 탁주다. 이후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등에도 탁주와 관련된 기록이 발견된다. 정약용 선생은 "흉년에 금주령을 어기는 백성이나 양반을 잡아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하지만 뒤이어 "탁주는 요기도 되는 까닭으로 그냥 넘어간다"고 기록했다. '막걸리'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1837년경에 제작된 <양주방>이라는 책이다. <양주방>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대부분 술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막걸리, 면역력·간질환 등에 효과
배송자 신라대학교 교수는 막걸리가 간 손상을 치료하고 갱년기 장애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막걸리에는 인체의 조직 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과 간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닌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간이 손상된 쥐에게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하자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고 중성 지방이 정상치에 가깝게 회복됐다.

이동호 분당서울대학교 교수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막걸리는 △물 80% △알코올6~7% △식이섬유 10%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등으로 이루어졌다.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막걸리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B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다. 출처pixabay

또 막걸리 200ml에는 리보플래빈 68마이크로그램, 콜린 44마이크로그램, 나이아신 50마이크로그램 등 비타민 B군의 성분들이 포함됐다. 비타민 B군은 피부 재생과 시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된다.

막걸리에는 장에서 유해 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킨다고 알려진 유산균도 풍부한데, 700~800ml 정도의 막걸리 한 병당 700~800억개의 유산균이 들어있다고 한다. 지난 1970년에 미국은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동시당화발효법(simultaneous saccharification and fermentation process)가 그것인데, 사실 이 방법은 막걸리를 제조하는 방법과 동일하다고 한다. 한국 전통주를 제조하는 방법이 미국에서는 최첨단 양조법으로 여겨졌나 보다.

몸에 좋은 막걸리를 드실 때는, 꼭 흔든 뒤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몸에 좋은 막걸리의 성분들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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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