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여름나기 1

용봉탕은 상상의 동물인 용(龍)을 상징하는 자라와 봉황(鳳凰)을 상징하는 닭을 재료로 하여 끓여낸 여름철 보양식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향토 음식이다. 용봉탕은 이름 자체만으로 길하고 복된 음식이며 궁중음식에서 유래되었다.

건강하게 여름나기 1

용과 봉황의 기운으로 더위를 물리친다,

용봉탕은 상상의 동물인 용(龍)을 상징하는 자라와 봉황(鳳凰)을 상징하는 닭을 재료로 하여 끓여낸 여름철 보양식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향토 음식이다. 용봉탕은 이름 자체만으로 길하고 복된 음식이며 궁중음식에서 유래되었다.


용봉탕(龍鳳湯)은 이름 자체만으로 대단히 길하고 복된 음식이다. 용과 봉황을 재료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과 봉황은 상상의 동물이므로 용을 상징하는 자라 또는 잉어, 봉황의 수컷인 봉을 상징하는 묵은 닭을 함께 끓여낸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잉어와 닭을 재료로 만든 용봉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잉어와 닭을 이용한 용봉탕은 궁중음식에서 유래되었다.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과 보령 51세를 축하하는 『고종임인진연의궤(高宗壬寅進宴儀軌)』에는 용봉탕과 음식 재료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도 붕어와 묵은 닭을 이용한 것과 잉어와 묵은 닭을 이용한 두 종류의 용봉탕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자라와 닭으로 만든 용봉탕은 그 역사나 유래, 조리법 등을 직접 언급한 고문헌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일부 고문헌에서 자라를 이용하여 만든 ‘자라탕’으로 소개된 것이 그나마 가장 유사한 음식에 해당한다. 1670년(현종 11년)경 안동장씨 부인이 기록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별탕(鼈湯, 자라탕)’으로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고, 1809년(순조 9)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왕배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자라탕 식용에 대한 기록은 16세기 인물 이기(李墍)가 저술한 『송와잡설(松窩雜說)』에 무신 출신으로 경주부윤으로 부임한 조현범(趙賢範, ?~1538)에게 관주(官廚, 수령의 음식을 만들던 곳)에서 매일 아침 자라탕을 올렸는데, 조현범 또한 이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다만 자라와 닭을 이용한 조리법에 관한 고문헌은 고조리서보다는 오히려 한방 의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과 1790년(정조 14) 이경화(李景華)가 간행한 『광제비급(廣濟秘笈)』에는 보수단(補髓丹)이라는 환약(丸藥)의 제조법과 효능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보수단은 자라와 오골계, 수퇘지와 양의 척추 등을 약재와 함께 항아리에 넣고 삶은 후에 환약으로 가공한다. 신장기능이 약하여 허리가 아프고 맥이 없으며,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힘이 없는 데 약효가 있다고 하였다. 비록 음식은 아니지만 그 만드는 과정과 효능은 용봉탕과 유사한 점이 많다.

광산 용봉탕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용봉탕은 잉어가 아닌 자라를 사용하였다. 현재의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어룡동(魚龍洞)과 삼도동(三道洞) 사이를 흐르는 황룡강(黃龍江)의 송산대교 부근에서는 예로부터 자라와 잉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무등일보의 「광주 특산품의 역사적 변화 (6) 황룡강 용봉탕」이라는 기사에는 광산 용봉탕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송산교 옆 용봉탕은 30여 년 전 광주 특식 중의 하나였다. 광산구가 송정시였던 1987년에 간행한 『송정시 마을 유래지』 명승과 명물항목(231쪽)에 보면 ‘용봉탕과 잉어회’가 기록되어 있다. 송정시마을 유래지는 도산동 서동 동네에 있던 백씨과부집 잉어회가 유명했다는 일화와 함께 어룡동 서봉과 삼도동 지평 강변의 용봉탕이 당시 별미 보양제로 유명했음을 싣고 있다.

특히 이곳 지명에 ‘어룡(魚龍)’, ‘황룡(黃龍)’ 등 용(龍)자가 많은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용을 상징하는 잉어와 자라가 황룡강에 많이 서식하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시대에는 용이나 봉은 황제나 왕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었기 때문에 민간의 음식에 함부로 ‘용봉탕’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용봉탕의 이름으로 민간음식으로 자리 잡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근현대에 들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용봉탕의 주재료인 자라는 거북목 자라과에 속하는 파충류로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철분, 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 E, B1, B2, B3 등을 많이 함유하여 피로 회복과 스태미나 증진에 효과가 뛰어난 자양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골다공증,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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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