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둘레길이 무엇이길래

루소는 고백론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올레길 둘레길 없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후손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강산을 마음껏 누리도록 다 같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올레길 둘레길이 무엇이길래,

우리나라는 아기자기한 멋도 있지만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이 그리 높지 않아도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고 자연에 기대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강이 황하처럼 거대하지 않아도 물이 맑고 순하여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결따라 출렁거리며 흥에 겨워한다.  이렇게 훌륭한 자연을 이어받아 왔으며 그리고 가꾸면서 다듬어 간다.  먼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물려 주어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올레길 둘레길이 유행을 하면서 온 산천에 데크를 깔고 산책로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바다 위 까지도 서슴없이 놓는다.  들불처럼 번져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좀 좋다 싶으면 한꺼번에 몰려들어 삽시간에 동이 나는 것처럼 한다.  개인이나 지역의 특성과 개성은 이미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캠핑이다,  차박이다,  유행을 하면 목을 매달고 너도나도 따라하기 바쁘다.  국민복으로 등극한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잘 뭉치는지 놀랄만하다.  곧잘 단합하다가도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 같은 속성을 숨길 수가 없다.

평소에 늘 다니던 아스팔트길을 잠시 잊어버리고 산책길이 좀 불편하더라도 못 다닐 곳은 없다.  힘이 들면 쉬어가지.  인생이 그러하듯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다.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수 십년 자란 나무를 하루아침에 싹둑 잘라내고 산을 온통 홀라당 벗겨 놓았다.  태양광 패널이 그 자리를 번뜩거리며 메꾸어져 있다.  또 경치 좋은 곳마다 올레길 만든다고 데크를 놓고 세우고 온 산천이 요동을 치고 있다.  도룡용 살리겠다고 나라의 손실 비용 따위는 무시해 가며 목숨 걸고 투쟁을 하던 이들은 이제 다 어디로 가고 말았을까.  날로 황폐해 가는 산을 두 눈으로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각종 환경단체는 왜 침묵으로만 말을 하는가.

지금은 방방곡곡 어디를 가서 사진을 찍어도 나오는 장면은 올레길이요 둘레길뿐이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연을 따라 재미있고 정답게 걸을 수 있는 곳을 굳이 그렇게 만들어야만 할까.  이제 머지않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찾아 헤매게 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해안 절경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위에도 만들었다. 별이 멀리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처럼 자연도 때로는 먼 발치에서 보는 모습아 가슴에 와닿는 법이다.

우리 민족은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고 앞산과 냇물을 정원으로 알고 친숙하게 지내왔다.  집을 지을 때도 적당한 규모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비록 초가삼간이라도 그 안에는 덕향이 가득 흘러넘쳤다.  얼기설기 엮은 사립문은 잠금장치 없이 항상 활짝 열려서 오가는 길손을 허물없이 맞이했다.  서양에서도 루소는 고백론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올레길 둘레길 없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후손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강산을 마음껏 누리도록 다 같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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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