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天尊庫

깨끗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우리의 전통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세상이라해도 정신줄을 놓지 말자.

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天尊庫

682년 5월 17일 신라 신문왕이 동해에서 만파식적을 받아와 월성 천존고에 보관하였다. 693년 3월 11일 갑자기 상서로운 구름이 천존고를 뒤덮더니 그 안에 있던 玄琴과 만파식적이 사라지고 말았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내용이다.

오늘날 경주박물관 한켠에 천존고가 세워졌다. 2017년 11월 준공했으며,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연면적 3천935㎡다. 일반 수장고 4실, 특수 수장고 1실, 석재 수장고 1실과 소장유물 열람 공간, 출토유물전시실, 회의실을 갖췄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



이 천존고는 일본식 계통의 건축물이다. 왜 우리나라의 박물관에 이렇게 지었을까. 그 어떤 설명을 갖다 붙여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건물의 외형은 일본 정창원을 빼닮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의 역사가 깊이 잠들어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빼곡하게 진열이 되어있다.

수없이 많은 내, 외국인들이 찾는 곳이다. 아는 사람은 이 건물을 보고 이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 의미를 모르고 바라본다. 그러는 사이에 그 건물은 기억 속에 저장이 되고 학습이 되어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우리의 멋인 양 굳어가게 된다. 우리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 우려가 깊다. 어린 학생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그들의 눈과 마음속에는 이미 우리의 것으로 자리를 잡고 만다. 천존고를 그려보라고 해놓고 일본식 건물을 그려 내밀었을때 어떻게 박수를 칠 것인가.

가장 한국적인 곳에 왜 이런 건물을 구상하였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것을 발상한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여기에서 일제강점기나 친일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옥이 분명히 살아 있다. 웅장하고 육중해 보이지만 저고리 소매자락 같은 처마선으로 인하여 날아갈 듯한 집이라고 표현해 왔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정서라고 한다. 모서리 기둥도 똑바로 세운 것 같지만 안쏠림 기법으로 해서 건물을 날렵하게 만들었다.

또한 양쪽 기둥을 약간 올린 귀솟음으로 착시를 미리 막아주는 친절한 배려도 숨어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저버리고 일본식으로 디자인 해서 무엇이 남을 것인지 과연 생각을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따지자면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적인 대형 건물 역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것들이 많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건물을 지어놓고 구태의연한 설명을 갖다 붙인다. 그 어떤 해석을 꾸며대도 그것은 궤변일 뿐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물에는 대표할만한 색깔이 없다. 먼저 청와대를 예를 들면 잘 지은 청기와 지붕에 서까래와 기둥, 벽에는 모두 무채색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색이다. 모든 관공서, 공공건물은 아이보리로 빛이 난다. 깨끗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우리의 전통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세상이라해도 정신줄을 놓지 말자. 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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