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정번호 폐지해야 하나?

일제의 뿌리는 너무 깊다. 그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보자.
한발 물러서서 왜 지정번호가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문화재의 지정번호가 드디어 사라졌다.

각종 수험생들이 국보 1, 2, 3호를 외우던 시대는 지나갔다. 1934년 일제강점기에 주요 문화재를 관리 하기 위해서 번호를 매겼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차곡차곡 쌓아 놓아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편리하게 이용을 하고 있다. 마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듯이 우리의 문화재가 이런 것이 있었구나하고 이해를 하고, 뒷번호를 보면서 최근에 발굴이 되어서 찾아냈구나하고 알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련번호를 일제가 지정해서 만들었다고 없앤다니 다소 당황스럽다. 

'대학'에 보면

"사물에는 본말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선과 후를 아는 것은 곧 도에 가까이 이르는 일이다"라고 했다. 순서가 없다는 것은 자칫 무질서일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금동반가사유상이 78호, 83호 두 개가 있고, 무령왕 금제관식이 154호와 155호가 있다.

그 외에도 많지만 당장 그 명칭부터 새로 지어서 붙여야 한다. 표기가 다르면 그에 따른 행정에 엄청 많은 예산도 들어가게 마련이다. 왜 굳이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출발은 너무나 단순해서 헛웃음이 나올뿐이다. 순전히 일본이 지정번호룰 매겼다는 트집을 잡는다. 꼭 세 살짜리 애기들 싸움처럼 보인다. 거기에는 물론 국보 1호로 지정된 숭례문의 의미가 다소 찜찜하기는 하다. 그럼 훈민정음이라도 맨앞에 내세우고 다시 일련번호를 붙여야만 좋울 것 같다. 그럼 번호만 보더라도 단번에 그 양이 얼마인지 알 수도 있고, 최근에 어떤 것이 자정이 되었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숫자가 없으면 손가락 발가락 모두 내놓고 일일이 헤아려야 그 양을 짐작할 수 있다.

꼭 원시시대 우리 형님들 보는 것 같다. 교실 안에 학생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름이 분명 있지만  그 학생마다 번호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 만큼 관리하기 편하다는 뜻이다. 그것을 일제의 잔재라고 몰아붙이는 무리가 지금은 열쇠를 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명나라를 쫒을 것인지 원나라를 따를 것인지 우왕좌왕 하던 그 시대와 어쩌면 그렇게도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 되는것인지 식리, 호우, 금령, 서봉은 신라고분의 이름으로 일본 사람들이 붙였다. 우리는 이 낱말을 보고 알아보는 이가 거의 없다, 이렇게 어려운 명칭을 바로 잡을 생각부터 해야한다. 

국도 1호, 2호 등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의 뿌리는 너무 깊다. 그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보자.

모 장관은 일본에 집이 있고 모 국회의원은 목포에 적산가옥이 즐비한데 그런 것 들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할까. 본의 아니게 일본을 대변하는 오해를 받게 생겼다. 그러나 할말은 꼭 해야만 한다. 그것은 누구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일본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많다.

한발 물러서서 왜 지정번호가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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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