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가면 접할수 있는 신심 한가운데 스며있는
무속신앙과 문화를 살펴본다.
산신팔도명산의 주인이신 산신령님들로 무속신앙의
가장 중심적인 신령이시다. 무속의 제의와 기도가
가장 많이 올려지는 곳이 산이다.
우리는 심신이 고달퍼도 산으로 가고, 죽어서도 결국은
산으로 간다. 산은 모든 만신들의 주장이고,
모든 인간의 귀의처다.
그만큼 산은 무속신앙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
산마다 그 산의 주인이신 신령이 계시며,
모든 사람은 태어날때 태어나는 지점의 산줄기의 영기를 받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이를 '본산'이라고 하며 본산의 벌전이 비치면 가문이 망하고,
인구가 줄어들 정도로 그 화가 심하다고 하여 산신을 모시는데
엄정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묘자리를 하나 다루고,
나무를 하나 베어 내더라도 '산탈'이 날까 두려워
산신의 허락을 받고 제를 올릴 정도로 조심스러웠으며,
부정이 든 사람은 벌전이 두려워 산 가까이 가는 것 조차
꺼릴 정도였다.
요즘은 붐비는 등산객들과 개발로 각 산의 영험한
기도도량들이 무참하게 훼손되고, 없어지며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신의 제자가 나려고 하면 아직도 산을 찾아가고,
소원성취의 발원을 하려면 또 산을 찾아간다.
인간속세와 한발치 떨어져서 수 많은 성상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산의 정기와 위력에 인간의 나약함을 기대고
위로 받으려는 신앙심이 무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산신신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흔히 호랑이를 타고 앉아 동자를 거느리고 있는
인자하신 신선의 모습으로 형상화 되어 탱화나
조각상등으로 모셔지며 사찰의 산신각에서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가장 친근한 신앙대상이다.
도사신령
천문도사, 지리도사, 축지도사, 마의도사, 의술도사,
약사도사, 글문도사등 많은 도사신령들이 모셔진다.
도술도법에 능하고 법술이 통하여 모든일에 성심껏 기도하면
풀기 어려운 일들도 척척 해내신다는 신령이시다.
이 도사신령을 모시는 사람은 그 만큼 자기수양과
기도도 열심히 하여야만 그 영험을 볼 수 있다고 믿으며,
요즘 무당집 간판에 흔히 '00도사'라 칭하는 것 처럼
무속인들의 별호(무당의 이름대신 부르는 아호)로 자주 쓰인다.
대감신
굿거리 '대감놀이 주인공'이시다. 벼슬대감을 비롯하여
산에도 대감이 있고, 물에도 대감이 있다. 집안에는 업대감,
터주대감, 지신대감이 있고, 식구들 마다 몸주대감과
직성대감이 따로 있다. 영업장에는 장사를 잘 되게 도와주시는
영업대감, 재수대감, 도깨비대감도 있고, 차에는 차대감님도 있다.
욕심도 많고 탐심도 많은 가장 인간적인 성격의 대감신은
우리 삶의 재수와 안전과 복록을 주관한다.
개업고사나 차고사 등 흔히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무속제의인 '고사'를 받으시는 신격으로 이해하면 무난하다.
대감님을 잘 모시면 사업이 번창하고, 이름도 날리지만 대감님이
울기가 나고 심통이 나시면 이해하기 힘든 난관들에 부딪쳐
일을 그르치고 어려워진다고 한다
불사, 제석, 천왕
무속과 신심의 중요한 소신령님으로서 가솔들의 명과 복록을 주관하시며,
'누린것도 마다시고, 비린것도 마다'하실 정도로
일체의 부정을 싫어하신다. 천신의 격으로, 혹은 불보살의 격으로
공경한다. 각 가정마다는 가내 불사가 있어 옛부터
공을 많이 드려온 집은 그 공줄을 이어받아 불사를 잘 위해야
집안이 편안하고 자손이 번성한다고 한다.
불사가 노하거나 편치 못하고, 집안에 부정한 일이
많이 있으면 '불사바람분다'하여 무속에서는 가장 무서운
벌전으로 여기기도 하고, 대대로 신앙이 돈독한 집안에서는
단지에 햅쌀을 담아 백지로 고깔을 접어 씌워
안방의 장롱위나 벽장에 신주를 모시기도 했는데
이를 '불사단지', '제석단지', '세존단지', '씨준단지'라고 부르며
금기와 정성을 다하기도 했다.
아기를 낳지 못하거나 자손이 귀한 집에서 간단하게
'삼신'을 받아 모시고 위하는 의례 역시 그 대상이 삼신제왕으로
'불사'의 범주에 속한다. 다분히 외래종교인
불교의 성격을 가진 신령인가 아니면 삼신신앙의
원천인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지만 아뭏든 가정의 생산과
발복을 주관하는 신령님들로 엄중하게 모셔지고 있다.
영웅령
천상령에 이어서 무속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옛날의 영웅,
위인, 선각자, 장군 등의 영혼을 위력있는 신으로 설정하여
엄숙하게 모셔진다.
이 영웅신에 속하는 신령으로는 덕물산의 최영장군,
임경업장군, 황해도 평산의 신장군, 유장군, 배장군, 복장군,
감악산의 천총대왕, 매당왕신, 이씨별상, 김유신장군,
이순신장군등이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의 관운장, 소열황제, 와룡선생, 장장군,
조장군, 마장군, 황장군등이 전래의 신으로 모셔지며,
불교의 여러 신중들도 간혹 신장이나 장군의 역할로
모셔지기도 한다.
장군, 별상, 신장의 신격으로 모셔지는 이 영웅령의 역할은
기세가 등등하여 모든 악귀를 소멸하고, 국태민안을 돌보며,
섬기고 예배올리는 자를 돌본다.
특히 최영장군은 만신의 조종인 덕물산에 모셔졌다 하여
아직도 무당의 굿거리에서 장군신령들의 선봉에
그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있으며, 중국의 관운장 역시
관제신앙의 여파로 무속의 굿 속에 남아 '성제마마'로
추앙되어지며 벼슬과 재복을 관장하고 있다.
용왕대신
사해수부의 용궁신을 가리키며 풍어와 복록을 주관하시는
신이 요즈음은 불사와 동격의 소신령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해안지방이나 어촌에서 풍어제를 올리거나,
방생을 할 때 기도를 받으시는 대상이 바로 용왕대신이다.
바다의 해신뿐만 아니라 강이나 연못, 우물, 계곡등에도
용신이 있어 대우를 받는다.
집안을 물과 같이 깨끗하게 맑혀주시고 돌봐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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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