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방파제를 걷다 보면

가끔 방파제길이 말을 걸어온다

“ 어디로 가나요?”


솔숲을 걷다 보면

가끔 솔숲이 말을 걸어온다

“ 가슴에 무얼 가득 담고 있어요?”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세상이 말을 걸어온다

“ 무엇으로 사나요?”


허나 나는 그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 가슴에 뭐가 담겨 있는지

내가 뭐로 세상을 사는지


알 수가 없기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

 

비릿한 바다 바람이 불어 왔고

나에게 저 바람은 계속 불어 올 것이다.

영원토록 대답 못 하는 내게 말이다.


바닷 바람아

솔바람아

고맙데이..억수로 고맙데이..


『4348세  개천절 아침 궁평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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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