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8년간드러눕지 않고 長坐不臥(장좌불와=눕지 않고 앉아 엎드림)의 초인적 자세로 극기수행, 용맹정진한 분

성철스님
입산 1993년 81세로 열반(涅槃) 하셨다.



성철 스님 (性徹, 1912년 4월 6일 ~ 1993년 11월 4일)은 일제강점기 때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고 소학교를 나와 1930년 진주중학교를 졸업한 스님은 19세 때인 1931년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러나 1934년 23세 때에 부모, 형제 처자 다버리고 出家(출가)1935년 해인사에서 하동산 화상을 은사로 득도하고 1938년 운봉 화상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1967년 해인사 초대방장에 취임한 스님은 1981년 조계종 7대 종정을 맡았고 10년 뒤 종정에 재 추대됐다. 스님은 신화적인 수행으로 한국 불교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려왔다. 16년간 날것만 먹는 생식을 하고 8년간드러눕지 않고 長坐不臥(장좌불와=눕지 않고 앉아 엎드림)의 초인적 자세로 극기수행, 용맹정진한 분이시며, 불교사상 보기 드문 학승중 학승. 불교의 교의학을 거의 통달 하셨고 현대문학, 서양철학, 심리학, 종교학, 문리학등도 널리 섭리하신분이시며, 어학에도 영어,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어도 효용할 수 있었던 실력자였다.


『생평기광 남녀군 (生平欺狂男女群) 미천죄업 과수미 (彌天罪業過須彌)
활함아비 한만단 (活陷阿鼻恨萬端) 륜토홍 괘벽산 (一輪吐紅掛碧山)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성철 큰 스님이 입적하기 직전 자신의 일생을 정리한 열반송이다. 이를 두고 일부 개신교자들이 지옥에 갈 것을 고백한 ‘성철의 유언’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반어적인 긍정이 선(禪)적 표현의 묘미인데, 진의를 파악하려 하지 않고, 일부 기독교인들이 선교의 목적으로 이를 이용 세태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1936년 출가해 해인사에서만 57년 동안 칩거해 온 스님은 1993년 11월 4일 해인사 방장실인 퇴설당에서 가부좌한 채 앉은 상태로 제자 스님들에게 기대 입적했다. 퇴설당에 남겨진 스님의 유품은 일생 동안 입었던 옷 한 벌, 30여 년 된 지팡이, 20여 년 된 대나무 삿갓, 검정 고무신 한 켤레, 1950년대 공책 한 권, 몽당 색연필 한 자루 등이었다. 장서가 5천 권에 이를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나 가사 하나로 평생을 지내 무소유를 실천했다.


해인사가 성철스님이 입적한 퇴설당에서 장삼, 검정 고무신, 지팡이 등 큰 스님이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1993.11.10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의 저서 ‘본지풍광’의 교정을 봤다. 왼쪽부터 원영, 성철, 법정, 원택 스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원각이 보조하니 (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 시회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조계종 종정 취임식 때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짧은 법어만 보낸 채 나타나지 않아 신선한 감동을 줬다. 그리고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먼저 해인사 대웅전의 불상을 향해 3000번 절을 하도록 했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은 포기했다. 이에 대해 제자들은 권력과 돈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3천 배라는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한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1978년 구마고속도로 개통 때 해인사를 찾았지만, 성철 스님이 “세상에선 대통령이 어른이지만 절에 오면 방장이 어른이므로 3배를 안 할 바에야 만나지 않는 게 낫다”고 큰절로 내려오지 않아 만남이 무산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스님의 쉬운 듯하면서 어렵고 어려운 듯하면서 쉬운 법어는 발표 때마다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 중 1986년 새해에 종교 간의 갈등과 다툼이 부질없음을 질타한 스님의 법어는 마치 오늘의 우리 모습을 예견한 듯하다.

‘노담과 공자가 손을 잡고 석가와 예수가 발을 맞추어 뒷동산과 앞뜰에서 태평가를 합창하니 성인 악마 사라지고 천당 지옥 흔적조차 없습니다. 장엄한 법당에는 아멘 소리 진동하고 화려한 교회에는 염불소리 요란하니 검다 희다 시비 싸움이 꿈속의 꿈입니다.’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당신은 본래 부처님입니다.
당신은 본래로 거룩한 부처님입니다.
사탄과 부처란 허망한 거짓 이름일 뿐 본 모습은 추호도 다름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그것은 당신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부처님임을 알 때에 착한 생각 악한 생각 미운 마음과 고운 마음
모두 사라지고 거룩한 부처의 모습만 뚜렷이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악마와 성인을 다 같이 부처로 스승으로 부모로 섬기게 됩니다.
여기에서는 모든 대립과 갈등은 다 없어지고 이 세계는 본래로 가장 안락하고 행복한 세계임을 알게 됩니다.
일체의 불행과 불안은 본래 없으니 오로지 우리의 생각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가장 근본적인 길은 거룩한 부처인 당신의 본 모습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당신을 부처로 바로 볼 때에 온 세계는 본래 부처로 충만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더러운 뻘밭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 피어 있으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아! 이 얼마나 거룩한 진리입니까? 이 진리를 두고 어디에서 따로 진리를 구하겠습니까?
이 밖에서 진리를 찾으면 물 속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을 부처로 바로 볼 때 인생의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선과 악으로 모든 것을 상대할 때 거기에서 지옥이 불타게 됩니다.
선악의 대립이 사라지고 선악이 융화상통할 때에 시방세계에 가득히 피어있는 연꽃을 바라보게 됩니다.
연꽃 마다 부처요 극락 세계 아님이 없으니 이는 사탄의 거룩한 본 모습을 바라볼 때입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동산에 앉아서 무엇을 그다지도 슬퍼하는가?
벌 나비 춤추니 함께 같이 노래하며 춤을 추세.

성철 스님은 ‘누구나 본래 가지고 있는 본성을 아는 것이 바로 성불이며 깨달음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화두참선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화두참선법에 대하여 “본래 청정한 진여본성을 깨쳐 놓고 보면 모든 것이 다 고요함 속에서 무한한 지혜의 빛이 비치고, 무한한 지혜의 빛이 있는 가운데 항상 고요한 법이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몸의 자세를 바로 잡고 참선을 부지런히 하여 진여를 깨칠 수 있다. 마음을 아주 오묘하게 집중하여 바른 생각으로 선정에 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모기가 없는 큰 수풀 속에 사는 짐승과 같이, 또 그물에 걸린 고기가 그물을 찢어 벗어난 것 같이 평안할 것이다. 더 이상 배우고 익힐 것이 없는 한가로운 도인, 해탈한 사람이 되기 전에는 견성이 아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화두 참구법의 근본사상이다.”라고 하셨다.


“석가는 원래 큰 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西天(서천)에 속이고 東土(동토)에 기만하였네!
도적이여 도적이여! 저 한없이 어리석은 남여를 속이고 눈을 뜨고 당당하게 지옥으로 들어가네!
한마디 말이 끊어지니 일천성의 소리가 사라지고 한 칼을 휘두르니 만리에 송장이 즐비하다.
알든지 모르든지 상신 실명을 면치 못하리니 말해보라 이 무슨 도리인가!

작약 꽃에 보살의 얼굴이 열리고 종녀 잎에 夜叉의 머리가 나타난다.
목위의 무쇠간은 무게가 일곱근이요, 발밑의 지옥은 괴로움이 끝없도다.
석가와 미타는 뜨거운 구리 쇳물을 마시고 가섭과 아난은 무쇠를 먹는다.

구례 화엄사에 보관 중인 불경 나마다경(38:8) 에 보면 다음과 같은 석가모니의 예언적인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何時 爺蘇來 吾道 無油之 燈也 (하시 야소래 오도 무유지 등야)
이 말은 놀랍게도
"언젠가 예수(爺蘇)께서 오시면 내가 깨달은 도는 기름 없는 등과 같이 쓸모가 없다"
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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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