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금광 호수에 호수를 살포시 안은 박두진 문학길이 있다.

안성 금광면 금광 호수에 호수를 둘러싼 박두진 문학길이 있다.


안성 시내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탓인 지 거의 붐비지 않고 한가한 편이다. 문학길 곳곳에 다양하게 세워놓은 시인의 시를 음미해가며, 걷는 문학길은 누구나 숙연히 힐링하며 걷는다. 총 2.28km로 조성되며 각각의 공간마다 자연, 인간, 신앙을 테마로 하여 박두진 시인과 다양하게 관련된 특색있는 공간을 조성한 둘레길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자 하나가 있다. 바로 박두진 시인의 호를 딴 혜산정이다. 물 너머로는 시인의 집필실도 보인다.
1916년 3월 10일, 안성시 봉남동에서 태어난 시인은 유년을 보낸 동신리 고장치기 마을을 고향 중의 고향이라 칭했다. 그리고 말년의 집필실을 금광호수가 바라보이는 금광면 오흥리, 현지라 불리는 마을에 마련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내려와 머물렀다.


1946년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하며 청록파로 불렸다.
세 시인은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의 염원과 가치를 성취하기 위한 공통된 주제로 시를 썼다. 시인 탄생 106년의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강점기라는 어둠을 뚫고 나온 시들은 더욱 찬란하다.


금광 호수를 안은 박두진 문학길은 누구 한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생의 이치를 깨닫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참 걷다 보면 소나무가 길게 늘어선 걷기 좋은 산길을 만날수 있다.



혜산 박두진(兮山 朴斗鎭) 시인은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뜻의 호 ‘혜산’을 가졌다. 1916년 3월 16일 경기 안성 출생1939년 시인은 1939년 묘지송, 향현, 들국화 등의 작품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문장(文章)을 통해 등단했다. 1981년 연세대 정년퇴임 후 단국대, 추계예술대 초빙교수로 재임하였으며, 3.1 문학상 예술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청록집, 해, 거미와 성좌, 수석열전 외 5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1998년 9월 16일 82세로 시인은 안성 비봉산 자락에 영면에 들었다.

석양을 등지고 서 있는 시 판속에 해라는

제목의 시를 음미해 본다.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산넘어 산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휠휠휠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애뙤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잔잔한 물결과 함께 걷는 데크 산책로가 있고, 경사가 있는 소나무 산길도 있고, 산과 들도 있다. 호수 밑 동네는 맛집의 동네다. 각양각미(各樣各味)의 맛집들이 쭉 늘어서 있어 눈맛대로 들어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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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