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이 사라지는 이곳 해우소(解憂所)

'걱정과 근심을 해결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걱정 중에서 큰 걱정은 대소변의 배설일 진데, 해우소야 말로 기가 막히게 화장실을 잘 표현한 말이다. 해학과 낭만이 있는 이름이 옛 스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근심이 사라지는 이곳 해우소(解憂所)

절 집에서는 변소를 해우소(解憂所)라 한다. 즉 '걱정과 근심을 해결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걱정 중에서 큰 걱정은 대소변의 배설일 진데, 해우소야 말로 기가 막히게 화장실을 잘 표현한 말이다. 해학과 낭만이 있는 이름이 옛 스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절에서는 변소를 또 정랑(淨廊)이라고도 부른다. '깨끗한 복도'라 직역된다. 절의 변소는 복도처럼 길게 된 낭하(廊下)를 막아 변소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더럽다고 생각하는 곳을 '깨끗하다'고 표현하는 깊은 뜻이 부럽다



지금은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 시골에서는 변소(便所)라는 말을 많이 썼으며 더러는 칙간, 측간, 뒷간, 똥둑간이란 말도 썼씁니다. 《삼국유사》 권2 〈혜공왕 편〉을 보면 "7월에는 북궁(北宮)의 정원 가운데 먼저 별 두 개가 떨어지고 또 한 개가 떨어져, 별 셋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대궐의 북쪽 측간 속에서 두 줄기의 연(蓮)이 나고 봉성사(奉聖寺) 밭 가운데에서도 연이 났다"는 기록이 있는데 국역본에는 '측간'으로 번역했으나 원문에는 '측청'으로 되어 있지요. 여기서 청자는 '뒷간 청'입니다.

뒷간에 해당하는 한자이름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절의 해우소(解憂所)인데 바로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이지요. 또 서각(西閣), 정방(淨房), 청측(靑厠), 측실(厠室), 측청(厠靑), 회치장(灰治粧) 따위가 있습니다. 궁궐 내인들은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화장실의 우리말 이름은 뒷간인데, 순천 선암사에 가면 아담한 작은 집에 '한자뒤'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찌 읽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예전엔 글씨를 오른쪽에서부터 썼기에 요즘 식으로 바꾸면 '뒤한자'이 곧 '뒷간'이지요.



선암사 해우소에는 정호승 시인이 쓴 이런 글도 있다.

선 암 사 (정 호 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우리 겨레는 화장실, 곧 뒷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이 아니라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동범 씨의 《자연을 꿈꾸는 뒷간》을 읽으면 뒷간은 '음식→똥→거름→음식'이라는 전통적인 자연순환 방식을 일구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합니다.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우리 뒷간의 효용성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있다 배라도 아파야 사돈에게 거름이라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 미풍양속이다 그런데 일제가 조선인들은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다고 멸시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유럽 사람들은 집안에 화장실을 두는 것은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어 거시기를 밟지 않으려고 하이힐이 탄생했고 악취를 없애려고 향수가 나왔다고 한다

절에서는 해우소에서 주문을 외도록 권장한다. 작은 일 하나라도 정성과 기도가 들어가 있다. 측간에서 외는 주문은 5가지 구절이다. 입측오주(入厠五呪)라고 하는 진언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알아두고 마음자리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면 좋다.

[입측오주]

화장실에 들어가서 외는 진언 : 하로다야 사바하 (세번)
화장실에 들어가서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탐.진.치 어둔 마음 이같이 버려 한 조각구름마저 없어졌을 때,
서쪽에 둥근 달빛 미소 지으리

왼손으로 뒷물을 하면서 외는 진언(세정진언:洗淨眞言) :
옴 하나마리제 사바하 (세번)
비워서 청정함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살이 바로 보는 길
온 세상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 국토에 어서 갑시다.

손을 씻으면서 외는 진언(세수진언:洗手眞言) :
옴 주가라야 사바하 (세 번)
활활 타는 불길 물로 꺼진다. 타는 눈 타는 경계 타는 이 마음
맑고도 시원스런 부처님 감로. 화택을 건너뛰는 오직 한 방편.

더러움을 버리고 외는 진언(거예진언:去穢眞言) :
옴 시리예바혜 사바하 (세 번)
더러움을 씻어내듯 번뇌도 씻자. 이 마음 맑아지니 평화로울 뿐.
한 티끌 더러움도 없는 세상이 이생을 살아가는 한 가지 소원

몸이 깨끗해졌음을 확인하며 외는 진언 :
옴 바아라 뇌가닥 사바하 (세 번)
한 송이 피어나는 연꽃이런가. 해 뜨는 푸른 바다 숨결을 본다.
내 몸을 씻고 씻어 이 물마저도 유리계 푸른 물결 청정수되리.

영월 보덕사 해우소


평택 심복사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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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