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실화 파헤친 책
이정재, 박정민, 유지태, 진선규 등이 출연하는 영화 ‘사바하’가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신흥 종교집단의 비리를 파헤치는 박목사(이정재 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맹목적인 신앙에 빠진 교주와 신도들의 모습을 통해 충격적인 반전을 던진다. 신에 대한 그릇된 해석으로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OCN 드라마 ‘구해줘’(2017)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사이비 종교의 덫에 걸린 첫사랑을 돕기 위해 나선 청년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 드라마는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방영 당시 호평을 이끌어냈고, 올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두 창작물이 정확히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맹목적인 신앙이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진 실제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30년대 교주의 지시로 인해 300명이 넘는 신도들이 살해당한 백백교 사건이 큰 충격을 던졌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1990년대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를 포함해 수차례의 테러를 저질렀던 옴진리교 사건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런 일들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교리에 멀쩡한 사람들이 속아 전 재산을 바치거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맹목적인 신앙에 빠져들게 되는지, 광기 어린 신앙이 어떻게 범죄로 이어지는지, 이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실제 사례와 그 작동방식을 파헤친 책들을 소개한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1년
1995년 3월 일어난 일명 ‘옴진리교 사건(혹은 도쿄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은 사이비 종교와 연관된 범죄를 논할 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사건이다. 옴진리교 집단이 그 전후로 일으킨 여러 차례의 테러 사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던 이 사건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낳으며 일본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이 사건은 옴진리교 교단에 속한 다섯 명의 신도가 도쿄 지하철 3개 노선에 탑승해 사린 가스를 살포하면서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이 다섯 명을 포함해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는 도쿄대, 와세다대 등 일본의 명문대를 졸업한 소위 ‘엘리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으며, 모든 범죄가 사전에 매우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평범한 시민들은 이후 오랜 세월을 눈물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언더그라운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로 이 사건에 주목해서 써내려 간 기록문학이다. 옴진리교 사건, 그리고 같은 해 일어난 고베 대지진을 전후로 일본인의 의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건 발생 1년 후부터 사망자의 유족을 포함한 피해자 60여명을 인터뷰해 그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다. 하루키 스스로 본인 문학의 터닝 포인트라 말한 이 책은 광기 어린 한 종교집단의 범죄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깊은 상흔을 낳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일본 VS 옴진리교> 네티즌나인/박하 /2018년
<일본 VS 옴진리교> 는 인기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옴진리교와 일본사회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묶은 책으로, 이 역시 1995년 일어난 옴진리교사건을다뤘다. <언더그라운드>가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옴진리교를 창시한 시점부터 이들이 저지른 초기의 여러 살인 사건, 핵무장 계획 등을 포함해 마침내 1995년의 대규모 테러 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폭넓게 재조명한다. 비뚤어진 종교가 어떻게 교세를 확장해 사회의 거대 악으로 자라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또 한가지 이 책이 주목한 지점은 일본 시민사회가 옴진리교 사건에 대응해온 방식이다. 사건 발생 이후 20년간, 일본 사회는 피해자의 삶을 회복시키고 옴진리교 교단을 철저히 붕괴하기 위해 최고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끈질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고, 그 결과 교단의 후계 단체가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만들었다.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이만큼의 노력을 들여 피해자들의 편에 설 수 있을까 자문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이비 역사의 탄생> 로널드프리츠/ 이론과실천/ 2010년
앞서 소개한 두 책이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실제범죄 사례를 파헤친 책이라면, <사이비 역사의 탄생>은 애초 왜 사람이 ‘사이비’에 빠지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사이비’에도 오랜역사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라진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신화, 극단적 민족주의 등 과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날조된 신념들을 역사, 과학, 종교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소개한다.
앞서 소개한 두 책이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히 드러내듯, 근거 없이 날조된 신념은 한 집단을 넘어 사회 전체에까지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사이비 역사의 탄생>은 그 음침한 세계를 파헤치고 여러 영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사이비역사를 조목조목 비난함으로써 사이비 종교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전할 뿐 아니라, 그릇된 신념을 분간해낼 수 있는 판단력을 갖도록 돕는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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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