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삶을 지탱하는 숭고한 질서이자 한 시대의 풍경을 완성하는 정직한 기록이다
일, 정직한 땀방울로 세상을 일구다
일은 삶을 지탱하는 숭고한 질서이자 한 시대의 풍경을 완성하는 정직한 기록이다. 우리 선조들 또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리며 때론 기쁨을, 때론 슬픔을 맛보았다. 이치를 탐구하던 선비와 땅을 일구던 농부, 연장을 벼리던 장인과 길 위에서 가치를 나르던 상인까지, 일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디지털 도서관 갈리카가 소장한 "정이의괘" 중 거중기 그림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었다. 김홍도의 풍속화 속에는 거친 땅을 일구는 농부의 활기찬 몸짓과 소의 힘찬 걸음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뙤약볕 아래 허리를 굽히고 땀 흘리는 농부에게 일은 정직한 수확의 기쁨을 주는 근원이자 때로는 자연의 변덕 앞에 무력해지는 슬픔의 현장이기도 했다. 흙을 믿고 씨를 뿌리는 그 숭고한 반복이 조선의 곳간을 채웠다.
01.보물 조선왕조의궤(2016-1) 중 『화성성역의궤』 Ⓒ국립중앙박물관
02.보물 유희춘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03.『경연일기』 중 김성일이 기록한 일지로 1571년과 1572년의 기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04.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 중 논갈이 Ⓒ국가유산포털
05.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화첩》 중 벼타작 Ⓒ국가유산포털
선비에게 일이란 벼슬길에 나아가 정사를 돌보는 것인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수양의 과정이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유희춘이 기록한 『미암일기』에는 공직자의 일상과 학문적 고뇌,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한다. 기록하는 일, 즉 문(文)을 통해 시대를 증언하고 자신을 성찰했던 선비의 노동은 정적인 듯하나 그 어떤 일보다 정신의 치열한 분투였다.
06.국가무형유산 칠장 Ⓒ국가유산포털 07.국가무형유산 침선장 Ⓒ국가유산포털
08. 국가무형유산 유기장 ⓒ국가유산포털
장인의 일은 정직한 재료에서 시작된다. 차가운 쇠붙이, 거친 나무줄기, 보드라운 흙과 실그물까지, 자연이 내어준 바탕에 숙련된 손길을 더해 쓸모 있는 기물로 빚어내는 것이 그들의 소임이다. 장인은 재료가 품은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가장 아름답고 견고한 형태로 끌어내는 연금술사다. 수천 번의 망치질로 쇠의 강도를 다스리고, 결을 따라 나무를 깎아내며, 쓰임의 미학을 완성하는 과정에는 일의 고단함과 환희가 공존한다. 그들의 도구는 정직한 노동의 시간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전통의 맥을 잇는 장인들에게 일이란 주어진 재료에 정성을 다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지극한 성실함이다.
09, 10.국가무형유산 옹기장 Ⓒ국가유산포털
11. 국가민속문화유산 보부상 유품(1) ⓒ국가유산포털 / 12. 상평통보 당이전 ⓒ국립민속박물관
봇짐과 등짐을 지고 전국 장터를 누비던 보부상들에게 길은 곧 일터였다. 그들이 지녔던 장대와 인장, 패랭이는 험한 길 위에서 스스로를 지키던 유일한 도구이자 신분증이었다. 물자를 유통하며 마을과 마을을 잇던 상인들의 발걸음에는 이윤을 남기는 기쁨과 타향살이의 고달픈 슬픔이 함께 서려 있다. 이들의 부지런함은 국가의 경제를 흐르게 하는 혈맥이었다.
13.놋그릇과 갓집 등을 파는 상인의 모습, 독일 헤르만 잔더 촬영 Ⓒ국립민속박물관
14.옛 서울 거리에 나선 옹기장수의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15.국가민속문화유산 보부상 유품(3) Ⓒ국가유산포털
출처 ; 국가유산포털,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저작권자 ⓒ 한국역사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