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7 – 거제 효촌

한겨울 숭어를 구해온 효자 이돌대, 거제시 효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7 – 거제 효촌

우리나라 곳곳에는 다양한 이름의 마을들이 있다. 그 마을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도시에 똑같은 동 이름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인 한 인물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지명을 낳기도 했다.

지명의 유래를 유형별로 나누어 그중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지명들을 살펴보았다.



방방곡곡 “효자 효녀” 들이 넘치는 나라

전국 어느 지역이나 효자동, 효자촌 등의 지명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충효사상을 높이 기렸던 전통문화에 기인하며, 특히 임금과 관련된 ‘충’은 서민과 거리가 있는 덕목이지만 ‘효’는 부모가 있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덕목이기에 전국적으로 다양한 미담과 설화가 퍼져 있다. 아픈 부모를 위해 시체의 목(알고 보니 산삼)을 잘라 바친 아들(강원도 춘천시 효자동과 거두리), 한겨울에 숭어를 구해온 효자(경남 거제시 연초면 효촌), 호랑이도 감동시킨 효자(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뱀알로 아버지의 병을 고쳐드린 달래(전북 고창군 성송면 뱀내골), 개고기가 먹고 싶다는 노모를 위해 호랑이로 둔갑해 개를 잡아 온 아들 (전북 진안군 용담면 범바위), 삼을 캐어 부모님의 병을 고친 오누이(울산시 서부동 삼밭골), 꽃적을 구워 시아버지를 공양했던 며느리(대전 중구 문화동 꽃적마을), 원님의 구슬을 잃어버린 시아버지가 밥을 못 먹고 시름시름 앓자 잉어를 구워드린 정노인의 며느리(전남 나주시 영산강), 잉어를 스스로 뛰쳐나오게 한 효자(충북 음성군 삼성면 이양골) 등 효자, 효녀, 효부의 사연이 다양하고도 많다.

한겨울 숭어를 구해온 효자 이돌대, 거제시 효촌

1500년대 거제시 연초면에 이돌대라는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어느 날, 병든 어머니가 숭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이돌대는 숭어를 구하기 위해 통영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배에 올랐다. 그때 숭어 한 마리가 갑판에 떨어졌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돌대는 겨울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 숭어를 잡았다. 마침 배에 타고 있던 통제사가 이를 나라에 알려 이돌대에게는 벼슬이 내려졌으며 정려문도 세워졌다. 정려문이 세워진 마을이라 하여 효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경상남도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는 와야봉 서쪽, 바다에 접해 있는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깨밭골, 큰몰, 웃몰, 효촌 등이 있다. ‘깨밭골’은 깨밭이 많아서 붙은 이름으로 ‘임전’이라고도 불린다. ‘큰몰’은 연사리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라는 뜻이며, ‘웃몰’은 큰몰 위쪽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효촌’이라는 지명과 관련해서는 『중종실록』30권에 그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효촌마을 전경 / 효촌마을 입구


옛날 연사리에 이돌대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다. 그는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던 염한(鹽漢)으로 부지런하고 싹싹했다. 무엇보다 효심이 지극하기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까닭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유난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부지런히 일하며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했다. 그러던 어느 해, 어머니가 병이 들어 앓아누웠다. 이돌대는 없는 살림이지만 형편껏 약을 쓰고 좋은 음식을 잡숫게 했지만 어머니의 병은 도통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별 차도 없이 병석에 누운 채로 몇 년 세월을 보냈다.

하늘과 땅이 꽁꽁 언 한겨울 어느 날이었다. “얘야, 이 엄동설한에 갑자기 숭어가 먹고 싶구나.” 그러잖아도 입맛이 없다며 도통 음식을 잘 잡숫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몹시 애가 탔던 아들은 어머니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당장 숭어를 구해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돌대는 거제의 바닷가며 시장을 온통 뒤졌지만 숭어를 구할 수가 없었다. 수온이 떨어지는 한겨울이면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숭어를 구하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통영에 가면 혹 숭어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돌대는 당장 배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바닷가며 시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겨울 숭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 맥이 쭉 빠졌다. 어머니가 그토록 잡숫고 싶어하는 숭어를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만큼 허탈했다.

통영에서 거제로 가는 배 위에 몸을 싣고 불어오는 찬 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머니, 이게 뭐야!” 이돌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커다란 숭어가 갑판 위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돌대는 숭어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숭어는 펄떡거리며 다시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눈앞에서 숭어를 놓지자 이돌대는 난간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찬 겨울바람이 살을 에일듯 했지만 이돌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잠시 후, 숭어를 손에 든 이돌대가 물속에서 나오자 뱃전에 섰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마침 그 배에 통제사가 타고 있었다. 이돌대의 효심에 감복한 통제사는 그 사연을 자세히 적어 나라에 올렸다.

한겨울 숭어를 구해온 효자 이돌대, 거제시 효촌

이돌대 효자비


나라에서는 이돌대에게 종9품의 문관직인 장사랑(將仕郞)이라는 벼슬을 내리고 그 효심을 기렸다. 효자 이돌대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다가 중종 12년(1517년) 10월 6일 경상도 관찰사 김안국(金安國)이 올린 장계(狀啓)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중종실록』 제30권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정려문[旌閭門 : 충신이나 효자ㆍ열녀의 뜻을 기리어 세우는 비각]이 거제시 하청면 사환마을에 세워졌다가 지금의 효촌으로 옮겨오면서, 마을 이름도 ‘효촌’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자료 : 박은영 거제신문, "효촌마을 이야기, 거제문화원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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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