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성인봉 원시림지대

성인봉(987m)은 울릉도의 전부다. 울릉도가 성인봉이고, 성인봉이 곧 울릉도다. 그러니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은 울릉도 여행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울릉도 성인봉 원시림지대



성인봉(987m)은 울릉도의 전부다. 울릉도가 성인봉이고, 성인봉이 곧 울릉도다. 그러니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은 울릉도 여행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성인봉에 올라야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진짜' 원시림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훼손되지 않고 천연의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원시림은 성인봉 원시림 지대뿐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 나리분지

성인봉 원시림 지대의 진면목을 확인하려면 당연히 성인봉에 올라야 한다. 성인봉 등산코스는 울릉읍 도동리의 대원사와 중계소(옛 KBS중계소), 북면의 나리분지 등 3곳에서 시작되거나 끝난다. 길이가 가장 짧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사동리의 안평전 코스는 폐쇄되었다.

사실 어느 코스를 이용해도 총길이와 난이도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그래도 굳이 추천한다면, 해발 450m대의 나리분지를 출발해 성인봉 정상에 올랐다가 중계소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한다.

울릉군 북면 소재지인 천부리와 나리분지 사이에는 노선버스가 하루 11회씩 왕복 운행한다. 이 버스를 타서 몹시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시멘트 도로를 얼마쯤 오르면 갑자기 눈알이 훤해진다.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고갯마루에 올라선 것이다. 울릉도가 초행인 여행자들은 이곳 전망대에 올라서서 두 번 놀란다. 나리분지가 의외로 넓고 평평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곳을 둘러싼 성인봉 원시림 지대(천연기념물 제189호)의 울창함에 한 번더 놀라게 마련이다. 학술, 생태적인 가치가 매우 높아서
국가문화재로 지정, 보호되는 명품 원시림이다.

울릉도 최대의 평지인 나리분지는 동서의 길이가 1.5km. 남북이 2km쯤 된다. 특이하게도 칼데라(caldera, 분화구) 안에 형성된 분지이다. 울릉도가 생겨날 당시 강력한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 안에 화산재가 쌓여 지금의 나리분지가 만들어졌고, 그 뒤에 또다시 화산이 폭발해 알봉분지가 형성됐다고 한다.

나리분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설량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나리분지와 알봉분지에 몇 채 남아 있는 투막집은 강설량이 많은 울릉도에 최적화된 전통가옥이다. 명이(산들), 더덕, 삼나물(눈개승마) 등의 산채 밭이 드넓게 펼쳐진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를 거쳐 신령수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1.6km에 이른다. 너도밤나무와 곰솔(해송)이 뒤섞인 천연림의 청징한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드는 듯해서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과 하나뿐인 원시림

알봉분지 투막집 앞에 도착하기 직전의 오른쪽 길가에는 울릉국화·섬백리향 군락(천연기념물 제52호)이 있다. 두 종 모두 지구상에서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옛날에는 울릉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높은 철조망에 둘러싸여 보호 받아야 될 만큼 희귀해졌다. 알봉분지 투막집 앞을 지나면 다시 운치 좋은 숲길에 들어선다. 알봉분지와 신령수 사이의 숲은 너도밤나무 일색이다. 키가 훌쩍 큰 나무들이 빼곡해서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이 한 줄기조차 들지 않는 숲 터널이 끝까지 계속된다.

울릉도는 물이 좋다. 제주도의 화산암반수보다 더 맛이 좋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울릉도 물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샘터 중 하나가 신령수(神靈水)다. 사람 손으로 가지런히 쌓은 바위틈에서 맑은 샘물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깨끗하고 시원한 샘물 한 모금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신령수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인봉 원시림(原始林) 내에 들어선다. 원시림이란 과거 오랜 기간 동안 큰 피해를 입었거나 인간 간섭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숲을 가리킨다. 육지에서는 원시림이 거의 사라졌지만, 울릉도 성인봉의 숲은 수천 년 동안 쌓여온 원시적 자연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성인봉을 중심으로 미륵산, 형제봉, 말잔등, 나리령 등으로 이어지는 해발 600m 이상의 산등성이를 따라서 형성된 이 원시림은 지난 1967년 7월에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었다.

성인봉의 원시림에 자생하는 약 650여 종의 식물 가운데 가장 흔한 나무는 역시 너도밤나무이다. 그 밖에도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섬벚나무, 두메오리나무, 섬조릿대, 섬말나리 등의 특산식물과 이름조차 다 알 수 없는 산나물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갖가지 활엽수들로 울창한 원시림의 바닥에는 공작고사리, 일색고사리 등의 양치식물이 지천이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숲처럼 울창해서 원시림'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울릉도 특산식물 중 하나안 섬말나리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을 가로지르는 숲길

나리분지 코스의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인봉 원시림지대의 가을 풍경, 왼쪽에 알봉분지, 오른쪽에 나리분지가 보인다.

물맛 좋기로 소문난 신령수 샘터와 울릉도 특산식물 중 하나인 섬백리향

성인봉 원시림지대를 가로지르는 등산로 옆에 서 있는 섬피나무 고목과, 
성인봉 정상 부근의 전망대 원시림과 알봉분지,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동 코스 등산로 주변의 원시림 바닥을 빼곡하게 뒤덮은 양치식물



숲의 바다 저편의 쪽빛 바다.

신령수에서 성인봉 정상까지의 거리는 2.15km이다. 신령수를 지나서부터는 산책로처럼 평탄한 숲길이 끝나고 비탈진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골짜기의 물줄기를 따라 잠깐 이어지다가 힘겹고 지루한 계단으로 연결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꾸준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어느새 가슴 뻥 뚫릴 만큼 조망이 상쾌한 전망대에 도착한다. 해발 700m 지점에 설치된 이 전망대에서는 알봉분지와 미륵봉, 송곳산과 성인봉 북쪽 기슭의 원시림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성인봉 정상 아래의 전망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리분지의 전경도 이곳에서는 시원스레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5분쯤 더 올라가면 나무계단이 끝난다. 맵재이등대'라 불리는 이 지점부터 서는 경사가 한결 누긋해진 능선길에 접어든다. 이 능선길에서는 가슴 높이께의 둥치가 몇 아름씩이나 되는 고목이 종종 눈에 띈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속이 뻥 뚫린 섬피나무 고목도 보인다. 다시 급경사의 계단길이 시작될 즈음에 성인수(聖人水) 샘터의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려온다. 성인봉 정상에서 310m 아래에 위치한 샘터이다. 이곳을 지나면 산행을 마칠 때까지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넉넉하게 담아 가는 것이 좋다.


성인봉 정상 

울릉도에 최적화 된 가옥인 투막집 (사진 네이버)

원시림 (사진 네이버)



聖人峰 표지석 하나만 우두커니 서 있는 성인봉 정상은 의외로 밋밋한데다 시야마저 답답하다. 키 작은 잡목과 무성한 섬조릿대에 둘러싸인 탓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20m쯤 떨어진 곳에 따로 전망대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마가목이 울타리처럼 에워싼 전망대에서는 녹색으로 뒤덮인 수해(樹海)와 쪽빛으로 일렁이는 창해(滄海)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절정의 가을이면 오색단풍 숲으로 탈바꿈한 숲의 바다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할 만큼 감동적인 풍광이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도 내려가는 것이 더힘들기 마련이다. 성인봉도 마찬가지다. 올라온 길보다 더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야 한다. 그러므로 발걸음은 더욱 신중하게 내딛어야 한다. 성인봉에서 대원사까지는 5.04km, KBS 중계소까지는 3.78km이다. 성인봉에서 약 4.1km 떨어진 지점까지는 같은 길을 지난다.

나리분지 쪽에서 올라오는 길 못지않게 도동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도 만만치 않은 급경사다. 그래도 이따금씩 시야가 훤히 열리며 저동항 등의 바다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덕택에 산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한다. 게다.가 너도밤나무, 마가목, 양치식물 등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원시림 이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은 사시사철 어느 때 찾아가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된 사람들은 반드시 울릉도행 여객선에 다시 몸을 싣게 마련이다.

여행정보

숙박
나리분지에는 산마을식당민박(054-791-4643), 뿌리깊은나무(054-791-6117), 채움민박(010-2821-5808) 등 민박집뿐이다. 도동항과 저동항 주변에 바다섬호텔(010-8968-0116), 다온프라임호텔(054-791-5411), 아라호텔(054-791-2290), 동해모텔(054-791-3307) 등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북면 추산마을의 힐링스테이 코스모스(054-791-7788)는 세계적 권위의 건축상을 수상한 최고급 콘도 풀빌라 숙소이다.

식당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054-791-4643)은 산채정식과 산채전을 맛있게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북면 소재지인 천부의 신애분식 (따개비칼국수, 054-791-0095)과 만광식당 (꽁치물회, 054-791-6004), 도동의 99식당(약초해장국, 054-791-2287)과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저동의 천금수산(독도새우, 0507 1353-0122)과 전주식당 (오삼불고기 054-791-3010) 등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맛집들이다.

교통
육지 → 울릉도 여객선 : 포항, 강릉,동해(묵호)등에서 울릉도행 여객선이 1일 1회 왕복운항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증편되기도 하지만 비성수기에는 예고없이 결항되는 경우도 많다. 반드시 사전 예약이 좋다.
천부 → 나리 시내버스 : 07:20 ~18:20. 40~75분간격으로 1일 11회 왕복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15분,

출처 : 산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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