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이해하고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다

발상의 전환, 새롭게 보는 방법을 찾다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이해하고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생각과 시각을 통해 발전을 이루어 왔다. 동시대를 앞섰던 혁신적인 감각이 첨성대, 금속활자, 측우기, 거북선, 수원화성 등 다양한 유산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됐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대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여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발전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해 왔다.




발상의 전환, 새롭게 보는 방법을 찾다

조선시대 세종은 새로운 생각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왕이다. 1421년(세종 3) 3월 세종은 주자소(鑄字所)에 술 120병을 내려 주었다. 이전 겨울부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을 찍어내던 이들의 수고로움을 위로한 것이다. 그 당시 책을 찍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활자를 구리판에 펼쳐 놓고 황랍(黃蠟)을 끓여 부어, 단단히 굳은 뒤에 비로소 인출하는데, 하루에 찍어낼 수 있는 양이 겨우 두어 장에 지나지 않았다.

황랍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만큼이나 공을 들이면서도 하루에 많이 찍지 못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큰 문제였다. 이에 세종은 새로운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해결했다. 구리판을 다시 주조해 글자의 모양과 똑같이 만들어 찍게 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과연 그 방법대로 하니 납을 녹여 붓지 않아도 활자가 이탈 하지 않아 하루에 수십 장에서 백 장까지 찍어낼 수 있게 됐다.

세종의 새로운 생각과 시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역사의 효용을 높이 평가했던 그는 1434년(세종 16)부터 『자치통감』에 대한 훈의(訓義)를 지시하고 그 편찬 작업에 집현전 젊은 학사들을 참여하게 했다. 내용을 상세히 고열(考閱)하고, 글의 뜻을 알기 어려운 구절은 여러 서적을 참고해 알기 쉽게 해설하도록 했다. 이런 작업에만 자그마치 2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세종의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설 작업을 마치고 한 달여 지난 어느 날, 이번에는『자치통감강목』의 훈의를 지시했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시대를 열다

세종은 중국의 역사책인 『자치통감』 그리고 『자치통감강목』에 왜 이렇게까지 관심을 두었을까? 왕으로서의 여흥이었을까?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었을까? 세종은 그런 마음으로 역사를 대한 게 아니었다. 국왕 세종에게 역사란 하나의 통로였다. 백성을 바르게 다스리는 밝은 정치, 바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간절한 바람이 담긴 통로. 하지만 세종이 다스리던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던가. ‘경학(經學)이 우선이고 사학(史學)이 그다음’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았던 세상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에 비하면, 세종이 역사를 바라보던 생각과 시각은 무척 새로운 것이었다.

세종은 중국의 역사서를 통해 보는 역사적 사실은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보았다. 그 사례가 우리 역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여겼다. 많은 이들이 그저 중국의 역사를 모범으로 삼을 때, 세종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연구했다. 우리 역사를 우리의 시각에서 본 것이다.

세종에게는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인식이 있었다. 30여 년에 걸쳐 『고려사』를 개수하면서 얻은 생각이었다. 바로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전하라’는 것. 이렇게 새로운 생각과 시각 그리고 노력이 있었기에 세종대에 다양하고 자랑스러운 역사가 완성되었던 것 아닐까?

2015년 10월 중국 상하이 도서관에서는 경자자(庚子字)로 찍어낸 『자치통감강목』(59권 59책) 완질본이 확인됐다. 앞서 이야기한, 세종이 내려준 술 한잔에 고단함을 떨쳐낸 장인들이 공들여 찍었던 바로 그 책. 그 책이 무려 60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그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종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악(雅樂)의 정비를 통해 예(禮)를 갖추고, 악(樂)이 조화를 이루었던 나라. 『자치통감훈의』와 『고려사』를 통해 밝은 통치를 했던 나라. 백성을 사랑해서 『훈민정음』을 만들고 『방언육전(方言六典)』을 간행한 나라. 그리고 끊임없는 침략에 대비해 여진정벌과 6진 개척을 보여준 용맹한 나라. 이런 많은 사실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보여준 새로운 생각과 시각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이루어 낸 결과이다.  출처/ 정제규(문화재청 상근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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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