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野壇法席)과 괘불(掛佛)

'괘불(掛佛)'이란 한자를 풀어 보면 '걸어놓은 부처'란 뜻이다. 즉, '부처의 모습을 커다랗게 그려놓은 걸개그림'을 뜻한다.

야단법석(野壇法席)과 괘불(掛佛)

'괘불(掛佛)'이란 한자를 풀어 보면 '걸어놓은 부처'란 뜻이다. 즉, '부처의 모습을 커다랗게 그려놓은 걸개그림'을 뜻한다.

사찰 법당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현재불로서 아미타불, 약사불, 석가불, 비로자나불이 있고, 그 옆을 보좌하는 협시불(보살)로서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대세지보살, 명부를 주재하여 시왕(十王)을 거느리는 지장보살 등이 대표적이다.



해인사 야단법석




괘불은 야외 법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에 전각 안에 봉안된 불화와는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폭 5~8m, 높이 12~14m로 아파트 4층에 육박하는 크기에, 무게 100~180㎏에 달하니 슈퍼사이즈의 회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서 고이 보관하다가 4월 8일, 부처님 오신날이나 영산회, 오불회 등 큰 행사가 있을 때, 사람들이 많아 법당 안에 모두 들어 갈 수가 없어 사용하는 것이 괘불인데, 법당의 바깥 넓은 마당에 야단(野壇)을 마련하고 커다란 괘불을 걸어 놓고 예불의식(법석法席)을 갖는다. 야외법회를 열 때에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주최자는 장내 정돈에 정신없이 호들갑을 떨고, 모인 참석자들은 시끄럽고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야단법석을 떤다'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유명 괘불로는 국보 제296호의 안성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과 국보 제301호의 구례 화엄사의 '영산회 괘불탱이 있고, 양산 통도사의 보물 제1351호 괘불 둥이 있다.


                                                       국보 제296호의 안성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국보 제301호의 구례 화엄사의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351호 양산 통도사의 괘불



괘불은 불교회화 연구자료로써는 물론 조선후기 민중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전통시대에 사용된 안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도 각별한 문화재다.
그런데 큰 덩치와 종이, 섬유 등 재료적 특성 때문에 각종 재해와 훼손에 노출되기 쉽다는 큰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접근 말고도 괘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영산재, 수륙재, 천도재, 기우제 등 불교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괘불이 불교의식의 간소화와 소멸로 인해 함 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문화재는 박제되어 있을 때보다 현장에서 본래의 용도로 쓰일 때 빛이 나는 법이다. 괘불의 큰 규모도 누구나 법회에서 부처님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괘불의 소임은 야단법석의 현장에서 신앙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의식의 전승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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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