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매화향을 담아오다

청매실농원은 해발 1,217.8m에 달하는 백운산 자락이 섬진강을 만나 허물어지는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 수십년 묵은 매화나무 아래 청보리가 바람을 타는 농원 중턱에 서면 굽이져 흐르는 섬진강너머 하동쪽 마을이 동양화처럼 내려다보인다. 백사장을 적시며 흐르는 섬진강이 한 굽이를 크게 돌아 대숲밑으로 숨어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 165,290m²(5만평)이 매화 세상이다. 섬진강가의 산마다 매화나무가 많이 자라 저마다 꽃을 피워내지만 광양시 도사리 일대의 청매실농원만큼 풍성한 곳도 드물다.

"매화박사"로 통하는 홍쌍리씨가 본격적으로 매화밭을 조성해 오늘처럼 매화명소로 알려진 데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홍씨의 시아버지 율산 김오천 선생이 산에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심어온 오랜 노력의 시간이 받쳐주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밤나무는 식량대용으로, 매화나무는 약용을 목적으로 들여온 김오천 선생은 그 넓은 야산에 밭작물을 심지 않고 나무를 심어 주위 사람들로 부터 "오천"이 아니라 "벌천"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거름을 하고, 나무를 가꿔 오늘의 청매실농원 기틀을 마련했다. 김오천 선생이 수십만 평의 땅에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심어 매화농장의 터를 잡자 며느리인 홍쌍리씨는 매화나무를 늘리고 종자를 개량해 가면서 매화박사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것이다. 홍쌍리씨는 정부지정 명인 14호로 지정될 만큼 매화와 매실에 관해서는 일가를 이루고 있다.

청매실농원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매화꽃은 세 가지. 하얀꽃에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복숭아꽃처럼 붉은 빛이 나는 홍매화, 그리고 눈이 부시게 하얀 백매화이다. 열매는 꽃과는 달리 빛깔에 따라 청매, 황매, 금매로 나뉜다. 30년 동안 매화나무와 함께 살아온 홍쌍리씨는 자연의학에 관심이 많아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자연 그대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 연구 중의 하나가 매화나무 밑에 보리를 심는 것이었다. 보리잎은 매화나무의 해충을 제거해주고 뿌리는 공기를 원할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줘서 매화나무를 보호해준다는 것이다.



6년째 되는 나무에 피는 매화꽃이 제일 이쁘다는 홍쌍리씨는 시집와서 22년 만에 치마를 입었을 만큼 청매실농장에 정성을 다했다. 30년 동안 50년 전에 만들어진 항아리만을 수집해 매실과 된장 고추장 등 장 종류를 저장하는데 그 수가 1,800여 개에 달해 그것만으로도 장관을 이룬다. 최근 들어 청매실농원에서는 매실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생산된다. 여기에 필요한 소금은 5년간 비료는 돼지거름, 소거름, 보리를 뒤집어 썩힌 퇴비를 사용한다. 생산되는 제품은 매실을 고추장에 박아 만든 장아찌, 매실환, 매실원액, 매실정과, 매실차 등 10여 종류가 된다.

백운산 산등성이로 해가 뜨면 밤새 섬진강에서 풀어 놓은 강 안개가 걷히고 청매실농원의 매화꽃들은 움츠렸던 꽃봉오리를 활짝활짝 피워낸다. 이때쯤이면 물기 머금은 보리들도 몸을 세우고 강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탄다. 그런 모습을 하동 쪽 섬진강가에서 보면 하얀 띠가 둘러쳐진 것처럼 보인다. 매화꽃은 3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중순에 절정을 이루고 4월초까지 계속 피고 진다.

사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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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