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물살을 견뎌온 진천 농다리, 태풍 카눈에 상판 일부 파손

살아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건너갔고 죽어서는 꽃상여에 실려 건너가는 사람과 공존하는 다리가, 바로 진천 농다리다.

천년의 물살을 견뎌온 진천 농다리, 태풍 카눈에 상판 일부 훼손

농다리(진천농교鎭川籠橋)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의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놓여 있는 독특한 모습의 다리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들어진 규모도 크고 축조술도 특이한 긴 돌다리다.

멀리서 보면 다리가 아니라 마치 돌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교각을 세우고 반듯하게 돌을 깎아 만든 다리가 아니라 돌을 원래의 모양 그대로 다듬지 않고 쌓은 투박한 때문이다. 겉모습은 듬성듬성 구멍도 뚫리고 발로 밟으면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큰 돌을 쌓고 그사이엔 작은 돌을 끼워 넣어 길이 93.6m, 폭 3.6m, 교각 1.2m 정도이며, 교각 사이의 내폭은 80cm 정도다. 교각 위의 상판은 길이 170cm, 폭 80cm, 두께 20cm의 돌 1개가 얹은 것도 있고, 또는 길이 130cm, 너비 60cm, 두께 16cm의 돌 2개를 얹어 놓은 것도 있다.

돌들 사이의 접착을 위해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은 구조물인데도 무척 견고하여 장마가 져도 유실됨이 없이 천 년 세월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돌들은 강바닥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데 이를 통해 서로 맞물려 하천의 빠른 물살을 견딜 수 있다. 옛날에는 어른도 서서 다리 밑을 통과할 만큼 높았다고 하나 지금은 하천 바닥이 많이 높아져 원래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돌들은 자성을 띠어 현대까지 비교적 잘 유지되어오고 있다. 원래 28칸의 교각으로 되어 있었으나 세월이 지나며 교각이 일부 유실돼 24칸이 남아 있던 것을 2008년 복원하여 2022년 현재 28칸으로 보존되고 있다. 천년 이상을 지켜가야 할 귀중한 문화재인 이 다리가 이번 태풍 카눈에 안타깝게도 일부 파손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일부 훼손 된 농다리



2000년부터 해마다 농다리 축제도 열리고 있으며, 농다리를 알리기 위해 전시관도 만들었고 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 농암정도 만들어졌다. 살아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건너갔고 죽어서는 꽃상여에 실려 건너가는 사람과 공존하는 다리가, 바로 진천 농다리다.

여유로운 운치, 멋진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진천 초롱길, 한쪽은 가파른 산이요, 한쪽은 은빛 물결을 감상해 볼 수 있는 초평호의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이 농다리와 초평호를 잇는 둘레길의 친구들이다. 정자, 산책로,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된 수변데크 등이 조성되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신비로운 하늘다리, 모양과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혔으며, 행정자치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제1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우수 지역자원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모래시계, 밥이 되어라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였으며, 주변에 볼만한 곳도 많은 농다리가 하루빨리 천년의 그 모습으로 복원되길 기대한다. 유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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