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칠백리

낙동강 칠백리

 

1300리길 낙동강의 수려한 비경을 품은 경북 상주에는 ‘MRF 이야기길’이 있다.

 

 

 

 

 

산(Mountain), 강(River), 들(Field)을 끼고 있어 ‘MRF’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주의 아름다운 산야를 두루 둘러볼 수 있도록 15개 코스로 이뤄진 이 길은 모두 원점으로 회귀하게 만들어졌다. 코스별로 거리는 6.6km에서 23.1km로 다양하고, 걷는 데 1시간 34분부터 6시간 30분이 걸린다.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있는 나각산길은 낙엽이 깔려 카펫처럼 푹신푹신하다. 산길과 나무계단을 오르면 첫 번째 나각산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각산은 낙동강에서 보면 소라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 낙동강을 건너는 낙단교와 상주 영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인 낙단대교를 비롯해 낙동리의 평화로운 전경과 저 멀리 해동불교의 발상지인 도리사가 있는 태조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강을 허리춤에 끼고 걷는 ‘나각산 숨소리길’은 나각산(螺角山·해발 240.2m)을 중심으로 들길과 산길, 강길을 아우른다. 출렁다리 아래는 부처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소원바위가 등산객을 반기며, 테라스 전망대에서 100m를 더 오르면 ‘나각산 24.2m’라고 새겨진 표지석과 함께 나각정이 우뚝 서 있다. 이 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길이 30m의 출렁다리와 낙강정, 첩첩이 이어지는 산자락과 낙동강의 풍경이 펼쳐져 구불구불 흐르는 ‘낙동강 숨소리길’이 황포돛배 떠다니던 낙동강의 숨소리를 되찾는 그날을 기다리며 낙동강 칠백리를 내려다 본다. 나각산의 바위는 온통 시멘트로 비벼 공사를 해놓은 것 같다. 바위에는 강가에나 있는 자갈들이 바위에 듬성듬성 박혀있다. 옛날에 낙동강이 융기했다는 증거다.

 

 

 

 

 

 

‘낙동강 숨소리길’은 출렁다리와 제2전망대를 지나면 줄곧 내리막길이다. 마귀할멈의 전설이 전해오는 마귀할멈굴과 시누대숲을 지나면 길은 낙동강으로 뻗어 내린 능선을 타고 내려가 옛길을 만난다. 낙동강변을 따라가는 옛길은 마을주민들이 낙동리의 오일장을 오가던 길로 객주와 주막이 있던 낙동한우촌으로 되돌아간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상주 화북면 장암리에서 발원한 영강과 합류하는 사벌면 퇴강리에서 강폭을 잔뜩 넓혀 비로서 강다운 모습으로 시작된다. 퇴강리(退江里) 강변에는 ‘낙동강 칠백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라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 발원지인 태백황지를 시점으로 1300리로 본 것이고, 700리는 이 곳 상주를 시점으로 본 것이다,

 

 

1300백리 낙동강 유역에서 낙동(洛東)이란 지명을 지닌 곳은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가 유일하다. 기자의 고향인 의성 단북을 가려면 이 곳 낙동의 낙단교를 건너 12km다.

강 건너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와 이 곳 낙동을 잇는 낙단교가 생기기 전까지인 1980년대 중반에는 나룻배에 버스를 싣고 강을 건넜지만 지금은 낙단보가 건설되어 홍수조절과 가뭄대비용으로 톡톡히 수문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 밑으로는 낙단교가 놓여저 고향집까지 10여분이면 들어간다. 지금은 흔적조차 희미하지만 낙동리의 관문인 낙동 나루는 원산, 강경, 포항과 함께 조선시대 4대 수산물 집산지로 꼽혔었다. 김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온 황포돛배들은 낙동 나루에 소금과 해산물 등을 부려놓고,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는 이 곳 상주에서 쌀, 곶감, 누에고치를 산더미처럼 실어갔다. 일제강점기까지 뱃사람과 장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객주 집과 주막은 육상 교통의 발달로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낙동한우촌과 강건너 낙정은 민물매운탕촌으로 변신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을 자주 이 곳에 모셔다 드렸는데, 이 곳 친구 분들과 이 곳에서 매운탕과 약주 한잔 하시고 나각산 테라스전망대에서 노시다 오시곤 하셨다. 살아생전에 아버님께서는 본 기자에게 “나각산 꼭대기에 있는 나각정과 출렁다리를 한번 가봐라,” 라고 하셨는데 돌아가신지 3년 만에 오늘 이 곳을 둘러본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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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